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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

남의 아이에 대한 관심

by 아이두

말썽꾸러기 엄마와 통화를 했다. 담임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한 분'이어서 괜히 전화를 했다 서로 얼굴 붉힐 수도 있을 것 같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할 말을 못 떠올리는 나이기에 말을 잘 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예상 대본도 한글문서에 써 놓았다.

노트북 화면을 보며 말하기 연습을 한 후 전화걸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강준이 엄마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어제 OO이가 강준이 어깨를 때렸다고 하더라구요."

"네, 저도 전해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상대방의 반응에 일차적으로 놀라면서 노트북에 써놓은 대본을 줄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한 분' 같지는 않았다.

"제가 어머님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들으려고 전화한 것은 아니구요, 같은 행동이 지속되어서 조금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 같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누리초 교사라 그런지 우리아이 뿐만 아니라 OO이도 같이 잘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이제 1학년이니 조기에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을 드려보고 싶어요."

"네."

"OO이가 1월 생이라 그런지 목소리도 크고 키도 큰것 같은데 어른들의 도움을 좀 받으면 리더가 될 수 있을것 같아요. 상담의 도움을 받거나 어머님께서 학교에 주 1~2회 정도 가보시면 어떨까요? “

“네 안그래도 상담은 예약을 해 놓아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구요, 학교는 가 봤는데 애가 엄마가 온걸 눈치채고 있는지 행동을 잘 하더라구요, 그래서 큰 효과는 없었네요. 아이가 행동을 잘 해야 할텐데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내 줄 것도 아닌, 회당 몇만원씩 하는 유료 상담을 하라고 부추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하게 나오면 약하게 나가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하소연을 몇마디 들어준 후 끊고 말았다.


옛말에 그랬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줘야 한다고.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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