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문제 해결 경험], [장점 및 역량], [성장 과정], [지원 동기], [향후 계획] 문항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지원자인 ‘나’에 대해 알고 싶어 물어보는 질문들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당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어보는 질문들의 변주가 바로 자기소개서 문항들입니다. 이제 거의 끝난 듯합니다. ‘제가 희망하는 일터에서의 성장 모습은 이렇습니다.‘까지 보여줬는데 뭘 더 물어보겠습니다. 채용 담당자가 여러분을 그 이상 궁금해한다면 이미 성공입니다. 이제 면접에 가셔서 준비한 내용을 잘 풀어내면 됩니다. 자기소개서의 가장 큰 역할은 지원자를 면접까지 데리고 가는 대리인이니까요.
간혹, 지원자들을 서류에서 조금 더 걸러보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쌓아온 경험의 가치들이 너무 대등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지원자를 면접에 부르고 싶은 거죠. 채용 과정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기도 하고, 요즘은 워낙 훌륭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경쟁이 자연스럽게 치열해진 것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사회 이슈] 문항은 그래서 모든 기업에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사뭇 결이 다릅니다.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사회 이슈] 문항은 한 끗 승부입니다. 모두가 한 번씩은 지원해 보는 소위 ‘인기 많은’ 대기업 / 중견기업에서 지원자들의 변별력을 가리기 위해 내놓습니다. 아무리 거르고 걸러도 우위를 가리기 힘든 지원자들의 ‘지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촘촘한 그물망 역할을 맡고 있어요. 우리 입장에서야 알아차리지도 못하겠지만, 만약 여기서 패하면, 뭐, 어쩌겠습니까. 나보다 더 날카로운 사고력과 비상한 창의력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원자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죠. 자기소개서는 원래도 미리 준비해야 더 잘 쓰는 글이지만, [사회 이슈] 문항은 무방비 상태에서는 애초에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합니다. 지적으로 쌓아놓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음과 같은 문항들이 [사회 이슈]로 분류됩니다.
Q. 최근 사회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Q. 선택하신 모집 부문과 관련된 해외 서비스 중 올해의 트렌드를 주도할 서비스를 한 가지 선택하여, 기획적 관점에서 해당 서비스가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 및 방식에 대해 서술해 주세요. 또한, 본인이 해당 서비스의 기획자라면 사용자 혹은 판매자 관점에서 보다 가치 있는 서비스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제안해 주세요.
Q. 향후 은행 산업의 전망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하며, 지원 부문과 관련하여 00 은행 입행 후 만들고 싶은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800자)
[사회 이슈] 문항은 결이 다릅니다. 준비하지 않았다면 대답할 수 없어요.
‘나’의 ‘바깥’에 존재하는 현상이 글의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지원자가 얼마나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문항입니다. 오히려 답하는 방법은 다른 문항보다 분명합니다. 1,000자 ~ 2,000자 내외의 짧은 논술 답안 작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답안의 형식에 지켜야 하는 공식적인 ‘룰’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고 느껴져요.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슈 없음’이라고 써내버릴 수는 없습니다. 기껏 내 인생을 잘 돌이켜봤는데, 바깥일에 관심 좀 없었다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나의 사고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만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켜야 하는 형식은 배우면 그만입니다. 또 사실 그렇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사회 이슈] 문항에 대한 답변을 쓸 때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1)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혹은 이미 이슈인 소재가 선정이 되어야 하고, 2) 그 이슈가 왜 지금 다루어져야 하는지를 언급해야 합니다. 3) 그리고 그 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포인트는 답변에는 한결같이 지원 희망하는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즉, 답변 과정 내내 ‘네이버’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삼성전자’를 떠올리며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문항이 마찬가지겠지만, 거시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의 포지션에 대한 지원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이라고 스스로 끊임없이 되물어봐야 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1) 우리 회사에 대해 공부는 하고 왔는지 2) 평소에 신문이나 책은 좀 읽고 사는지 3) 그리고 똑똑한지를 한꺼번에 알아볼 수 있는 필터 역할을 해주는 문항인 것이죠.
그렇다면 조건에 맞는 답변 방식은 명확합니다. ‘소재를 선정하는 기준’도, ‘그 소재가 중요한 이유’도, 그리고 ‘이 소재에 대한 나의 논점’도 모두 지원하려는 회사와 일하려는 직무에 ‘유관한’ 것들을 고르면 됩니다. 글자수 제한도 있기 때문에 조건들 간의 분량 균형도 생각해야 합니다. 너무 사회 현상을 기술하는 데에 치중해서도 안되고(보통 이렇게 쓰십니다. 예를 들어 Chat GPT에 대해 어딘가에서 분석한 글을 그대로 가져와서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거죠.), 또 그렇다고 소재에 대한 나의 주장만 펼쳐도 안됩니다.(드문 경우입니다만, 이렇게 쓰면 결국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나의 문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사회 이슈를 선정한 이유, 나의 생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사회 이슈가 왜 지원 회사와 연관되어 있는지를 균형감 있게 서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짧은 논술 시험과 같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준비 시간을 꽤 오래 주는 오픈북 Open Book 테스트 같은 거죠.
사회 트렌드 속에서 지원하려는 회사의 위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대충 지켜야 하는 룰은 이렇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마 자기소개서 좀 써봤다는 분들이라면 이미 체득한 규칙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난한 답안 작성은 여기까지만 지키시면 충분합니다. 다만, 눈에 띄지는 않겠죠. 좀 더 경쟁력이 있으려면 규칙을 지키면서 독특해야 합니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 같나요. 그것보다는 좀 더 쉽습니다. 엣지 Edge를 주는 방법도 역시 나만의 독특한 관점에 있으니까요. 잘 찾아내서 보여주기만 하면 돼요.
어떤 사회 이슈를 골라도 사실 상관은 없습니다. 관건은 ‘연결 고리’입니다. 그 이슈가 왜 하필 이 회사에 중요한지 설명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여러분이 골라낸 사회 이슈와 지원하려는 회사 간의 결을 맞추려는 노력에서 참신함이 생기고, 여러분만의 시선이 가점 요인이 됩니다. 회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짚어내는 지원자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보이겠어요. 더군다나 여러분이 평소에 지대한 관심으로 쌓아둔, 툭 건드리면 줄줄 설명할 수 있는 소재라면 준비는 일도 아니죠.
[사회 이슈] 문항을 빼놓지 않고 공채 자기소개서에 포함시키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여러분은 반도체와 뉴진스를 연결시킬 수 있나요? 하니, 해린, 민지, 혜인, 다니엘이 있는 그 뉴진스 맞습니다. 뉴진스의 등장은 사회 이슈가 맞습니다.(분명합니다!) 걸그룹 세대교체를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엄청난 신인이니까요. 만약 (저처럼) 아무리 쥐어짜 내도 머릿속에 온통 뉴진스뿐이라면 차라리 그 지점을 이용하세요. 살짝만 진지해지면 됩니다. 뉴진스가 등장해서 무엇을 바꾼 거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한 걸까? 행동 방식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분명히 발 빠른 기업들은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대응하려고 할까? 만약에 내가 삼성전자 DS에 다니는 직원이라면 내 밥벌이에도 혹시 영향을 줄까? 등등 진짜 생각할 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관건은 나의 관점입니다. 소재는 내 주위에서 찾아도 됩니다.
이렇게 연결시켜 봤어요. 팬심에서 찾은 기회를 ‘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 골칫거리인 메모리 반도체 재고 관리 상황과 연결 지어 봤습니다. 둘 사이가 매끄럽게 이어지나요?
뉴진스가 대표하는 아이돌 시장의 트렌드는 ‘복고’입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옛날 물건, 지나간 서비스라고 여겨진 것들이 다시 주목받고 시장에서 또다시 반응을 얻기 시작합니다. 이런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차근차근 뉴진스라는 컨셉의 아이돌이 바로 지금 세상에 등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늘 새로운 것들만 살아남는다고 생각됐던 문화 컨텐츠 시장에서 조차도 사이클이 있다는 것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항상 잘 팔리는 제품에만 주력하는 것도, 철 지난 제품을 섣부르게 단종시키는 것도 모두 위험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기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고 전략이 제조업에서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순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역시 관건은 재고 관리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다는 관성에 승리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 감산을 결정하지 않고 재고를 축적하는 것도, 불경기를 예상하고 지나치게 서둘러 재고를 소진하여 예상하지 못한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안 좋은 의사결정입니다. 뉴진스의 열풍이 삼성전자에게 주는 교훈은 언제나 앞을 내다보고 일하라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유추(유비추리)라고 합니다. 이 능력의 유무로 우리는 [사회 이슈] 문항에서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받습니다.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면 충분히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삼성전자가 물어보는 사회 이슈라고 해서 꼭 고차원적인 지식을 뽐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저것 알고 있는 지식만 덕지덕지 갖다 붙이기만 하면 읽고 싶지 않은 글이 됩니다. 정보 검색은 나무위키나 Chat GPT가 해줄 겁니다. 이제 의미도 없고, 경쟁력도 없는 정보 나열은 그만하시고 내가 얼마나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세요. 눈 감고 귀 닫고 살고 있지만 않았다면 내가 관심을 줬던 ‘나만의 바깥 문제’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
7.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 문제 해결 경험
8.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3) - 장점 및 역량
9.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4) - 성장 과정
10.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5) - 지원 동기
11.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6) - 향후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