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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Apr 10. 2023

10.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5)

지원 동기

 지금까지 [문제 해결 경험], [장점 및 역량], [성장 과정] 문항을 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자기소개서 하나 준비하기가 이렇게 고생스럽다니, 그래서 기업들도 요즘 AI 역량 면접 같이 좀 더 객관적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나 봅니다.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피차 성가신 서류 절차가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생략하거나 줄이고 싶은 거죠. 이해는 갑니다만, 결국 실무자 면접, 임원 면접 등 사람을 거치는 절차는 끝까지 남겨두는 걸 보면 함께할 인재를 결정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사람 손을 타야 하나 봐요. 채용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기 위해 도입되는 기술들이 오히려 지원자들에게 부담을 가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어쨌거나 물어보는 질문들을 기계한테 답을 하든, 사람에게 답을 하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해놔야 합니다. 피할 수는 없습니다.



 [지원 동기] 문항은 예상하건대 가장 답답하고 쓰기 싫은 문항일 겁니다. 내가 뭘 잘하고, 그래서 이런 문제도 해결해 봤는데, 알고 봤더니 요런 인생을 살아와서더라는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근데 당신네 회사를 왜 가고 싶어 하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싶은 거죠. 자기소개서 문항이 여러 개면 아마 거의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고민하는 질문이 아닐까 싶어요. 비워둘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 모든 기업에서 빼놓지 않고 바로 그 문항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 합니다. 살짝 반발심 비슷한 감정이 솟아오르기도 할 것 같아요. “눈 떠보니 졸업은 눈앞이고 밥벌이는 해야 하는데 마침 채용 공고를 올리셨더라고요:)” 혹은 “ 어떻게 회사는 들어갔는데 받는 월급은 아쉽고 주위 동료들도 하나 둘 떠나가길래 나도 한 번 기웃거려 봤습니다 ~”라고 하기엔 용기는 없고.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타이밍이 맞아서, 대우가 괜찮아 보여서입니다. 다르지 않습니다.



 [지원 동기]는 원래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요.


 제발 안 물어봤으면 하는 [지원 동기] 문항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살펴볼게요.

Q. 본 직군으로 지원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와,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작성해 주세요.

Q. 본인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그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Q. 우리 회사의 해당 직무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해당 직무로 입사를 하게 된다면, 5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비전)와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세요.

Q. 자신이 우리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와 남들과 차별화된 본인만의 강점을 기술해 주십시오.

Q. 귀하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우리 회사가 그러한 기준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치 “내가 왜 좋은지 이유를 말해줘!” 하고 조르는 것 같지 않아요? 난 사실 당신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말이에요. 뭔가 선 넘는 것 같은 그 질문이 반가운 분들은 운 좋게도 반려 회사를 찾으신 겁니다.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기회를 쟁취하세요. 가려는 그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분명히 알고 계신 겁니다. 반면에 대부분에게는 나르시시즘이 뚝뚝 떨어지는 이 질문이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부담스러운 그 감정이 [지원 동기] 문항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눈 한번 딱 감고 좋아한다고 해줄까? 하고 서둘러 대답하기에는 그리 간단한 질문은 또 아닌 것 같거든요. 잘못된 관계의 악몽은 시작이 보통 이렇잖아요.



 “우리 관계는 너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야.”라고 딱 잘라 말해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질문에 얼른 답하기 전에 ’내가 왜 일(Job)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바로 그 일을 하려면 이 직무를 선택해야 하고,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당신네 회사가 배우고 자라기에 나쁘지 않아서 가려는 겁니다 아시겠어요?라고 해야 하는 거죠. 보통은 거꾸로 쓰십니다. ”유구한 역사와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온 귀사의 이 직무에 제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요. 일단 자존심이 상하는 대답입니다. 그리고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나 좋다는 사람 100명이 아우성쳐도, 나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바로 그 사람에게 끌리는 이상한 본성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건 알고도 당해요.



애매한 관계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마음을 쏟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합니다.



 왜 일을 하려고 하시나요? 혹은 지금 왜 일을 하고 계십니까?  대답이 망설여진다면 앞으로도 [지원 동기] 문항은 평생 제대로 써낼 수 없다고 감히 예상합니다. 그만큼 깊고 어려운 문항입니다. 그래서 자꾸만 쉬운 길로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회사를 높게 평가한다고 써놓으면 나를 좋게 봐줄 것만 같고 하니까 냅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사업, 기술, 제품/서비스, 경영진을 칭찬합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의 성장에 이 한 몸 바치기 위해 합류를 원한다는 말로 끝맺는 대답에 여러분의 진심은 얼마나 담겨있나요.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글은 끝까지 읽어주지 않습니다. 활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기소개서일 뿐입니다.



 다음은 제가 컨설팅을 드리면서 가장 자주 보이는 [지원 동기] 문항의 오답 유형입니다.

 000의 컨텐츠 직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000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포털 사이트로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더욱 쉽고 편리하게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000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해 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제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저의 역량과 열정을 바탕으로 000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도움드리기 가장 까다로운 문항이 [지원 동기]입니다. 급하게 의뢰를 주실수록 도움을 드리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일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고, 직무를 선정하는 작업은 예를 들어 일주일을 앞두고 함께 알아가려고 노력해도 채용 공고에 맞추어 완벽하게 완성하기 힘들어요. [지원 동기] 문항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한 가치관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입니다. 이건 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오직 지원자 스스로만 채울 수 있는 빈칸입니다. 만약 정말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서둘러야 한다면, 적어도 ‘회사 칭찬’이 아닌 ‘내 칭찬’을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선택’이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인 게 적어도 일터와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작점이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 일(Job)을 왜 하려고 하는 건지는 스스로가 대답하도록 합시다.
이건 해야죠 우리.


  다음은 그동안 해온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의 생각을 잘 정리해 두신 지원자 분이 작성한 [지원 동기] 답변입니다. 저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의 크기가 역량의 그릇을 결정합니다. 커리어의 시작은 다채로웠습니다. 강의실 밖에서의 배움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졸업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상품을 다루고, 고객을 상대하고, 시장을 조사하며 산업을 넘나들었고, 그렇게 ‘하기 싫은’ 업무와 업종을 걸러갔습니다. Talent Acquisition Specialist는 이러한 과정을 통과하며 얻어낸 ‘얻고 싶은’ 직함이었습니다. ㅁㅁㅁ에서 지낸 2년의 시간은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지는 시간이었지만, 갈증은 여전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변화의 지점은 업종이었습니다.

 000 A&R 직무는 저에게 한계 없는 성장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Human Resource 담당자는 회사와 인재의 다리 역할을 해냅니다. 사람이 모여 일을 도모하는 회사의 빈 부분을 채우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존재는 언제나 적절한 때에 찾아온 적합한 인재였습니다. 해야 할 일의 틀은 A&R의 그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000의 컨텐츠를 풍부하고 깊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작가의 발굴은 광야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키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이제 그 다리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는 곳에서 해내겠습니다. 저의 가교 역할로 만들어진 작품을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지원 동기] 문항에 대해 함께 살펴봤습니다. 다른 문항들보다 답을 내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분의 가장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깊은 질문에는 깊은 고민으로 답변하세요. 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자기소개서가 됩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Intro. 자기소개서 쓰기는 사실 재밌습니다.

1. 자기소개서는 정치적인 글입니다.

2. 자기소개서는 면접까지 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

7.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 문제 해결 경험

8.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3) - 장점 및 역량

9.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4) - 성장 과정


#컨설팅 문의는 여기로 주세요. (Kakao)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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