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및 역량
지난 글에서는 [문제 해결 경험] 에 속하는 종류의 문항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문제 해결 경험] 카테고리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 봤습니다. 함축적인 문장에서 구체적인 문장으로 확장해가야 합니다. 한 번 써보고, 지긋이 들여다보세요. 나도 궁금해지고 남들도 또 물어볼 것 같은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쓰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드러나야 할 부분은 선명해지고, 가려져야 할 부분은 삭제됩니다.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다루는 글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약장수보다는, 친절한 이야기꾼을 더 좋아합니다.
자기소개서의 문항 카테고리는 진화하고 있지만, 저는 문항을 작성할 때 필요한 고민의 강도 순서로 자소서 문항 종류를 나누고 각각 다루는 법을 함께 이해하려고 합니다. [문제 해결 경험] 다음으로 작성에 좀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한 문항의 종류는 [장점 및 역량]입니다. [문제 해결 경험] 역시 쉽게 작성할 수는 없는 문항이지만, 그래도 특성상 서사에 기반하여 작성할 수 있는 글이기 때문에 평소에 많은 경험을 해보고, 그 경험들을 기억에 남겨왔다면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서 에피소드를 꺼내 쓰기만 하면 됩니다.
[장점 및 역량] 문항도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야 하지만, 고민이 한 스푼 추가되어야 합니다. 그간 겪은 일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반화’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장점과 역량, 즉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는 자타공인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발현될 수 있는 ‘능력치’이니까요. 이걸 뽑아내려면 아무래도 머리가 좀 더 지끈거립니다.
나만의 장점 찾기는 일반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어요.
참, 가끔 장점과 함께 단점도 같이 알려달라는 문항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단점 그대로 쓰시면 안 됩니다. I’m Perfect!가 아니라 똑똑하게 잘 골라서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작성할 때에도,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대수롭지 않아야 합니다. ‘아 별거는 아니고 이런 단점이 있는데, 고치면 됩니당~ㅎ’ 이런 느낌으로요. 수많은 단점들 중 하나를 영리하게 골라내야 하는데 보통 추천하는 접근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장점의 ‘양날의 칼날’같은 단점을 적는다입니다. 예를 들면 “장점은 꼼꼼하다인데, 단점은 그래서 작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혹은 “무엇이든 책임감을 갖고 앞장서서 해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가끔 힘들어한다.”입니다. 가장 무난한 방법입니다. 어차피 이어서 “작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꼼꼼함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아 보완하고 있다.” 라든가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만, 함께 만들어낸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려는 노력으로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게 한다.”라고 스스로 보완책을 제시하면 되니까요. 깔끔하게 봉합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두 번째, 만약 이런 방법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느낌이 들어 싫다, 난 정말로 나의 모든 걸 털어놓고 평가받고 싶다 하시는 올곧은 분들께 제안드리는 방법은 “누가봐도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회성 감점 요인 말고는 다 써보세요.”입니다. 자기소개서까지 작성하면서 어떤 조직에 합류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보통 그런 단점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낭비벽이 심해서 돈을 흥청망청 써버립니다. 회사 예산도 그렇게 써버릴까 봐 걱정입니다.” “화를 잘 못 참아서 주변 사람들과 다툼이 자주 있습니다. 주먹이 먼저 나갈 때도 있습니다.” 뭐… 이런 답변은 힘들다는건 더 이상 말씀 안 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무리에 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긴 해야죠. 일반적으로는 보완 가능한 단점들입니다. 만약 그 범위 선정에 자신이 없으시다면, 첫 번째 방법으로 쓰세요. 더 안전합니다.
혹시나 단점을 같이 물어본다면, 눈치껏 줄여 쓰세요.
굳이 다 안 보여줘도 됩니다.
다시 [장점 및 역량] 문항 분석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문항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가장 큰 장점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그 장점이 지원 직무 수행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하시오.
Q. 지원 직무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하고, 그 이유에 대해 말하세요.
Q. 경쟁사 대비 우리 회사가 더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하고, 그 역량을 갖추기 위해 본인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문제 해결 경험] 보다 조금 머리가 아픈 질문들입니다. 일단, 내 자랑하기는 원래 어렵습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갑자기 물어봤을 때 떠오르는 답변이 전혀 없어요. 부끄럽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덜 부끄럽기 위해 보통 광범위한 단어를 선택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소통능력이 뛰어나다.” “배려심이 많다.” “창의적인 생각을 잘한다.” 등등.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찾아서 이어 붙입니다. “인턴 당시 팀원들과 함께 회의 끝에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판매량을 올린 성과를 도출했습니다.” 개성이 없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거죠.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단어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의 조합으로 탄생한 문장은 아무 맛도 없는 곤약밥과 같습니다. 다이어트 하는게 아니라면 찾아먹지 않아요. 무無맛 답안의 예시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소통 능력이 제일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에 맞게 대화를 진행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화를 진행함으로써,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소통하는 방식은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으며, 회사에서의 업무 수행이나 팀 내에서의 협업에서도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옆 부서뿐만이 아니라 팀 내에서도 협업을 잘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총무팀에서 일하면서 모두가 필요로 하는 기획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획안으로 연말에 팀원 모두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것 같은 이 예시가 대표적인 '기성품 자소서'입니다. [장점 및 역량] 문항에 이런 무난한 문장을 채택하고 싶어 합니다. 남들과 똑같아지고 싶은 바로 그 욕구를 뿌리치세요. 과감해져야 합니다. 만약 '소통'이라는 능력을 어떻게든 어필하고 싶다면, 접근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1) 나의 소통 능력은 다른 사람의 소통 능력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고
2) 나만의 소통 능력을 갖추기 위해 내가 들인 노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3) 바로 그 나만의 소통 능력이 어떤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가 들어도 탄탄한 내 자랑의 근거를 준비해 두는 겁니다. 되도록 세밀하게요.
나만의 장점을 찾기 위한 기본은 '내 자랑'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위에 있는 예시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싶어요. 조금 더 나은가요?
회사에는 굵직한 일을 해내는 필수 조직이 있습니다. 하지만 큰 부품들끼리만 붙어있으면 반드시 둔해지는 기계들처럼, 회사에서도 큰 부서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필수 불가결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내는 일들이 항상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에 누군가는 뛰어난 영업 사원으로, 또 누군가는 훌륭한 리더로 각광받을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하기 위해 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저는 Professional Helper입니다.
조직에 필요한 소통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예산을 집행하는 총무팀의 업무를 숙달하기 위해 숫자를 잘 다룰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조직에서 가장 넓은 업무 범위를 다룬다는 자부심으로 일했고, 그 결과로 성장했습니다. 조직의 탄생과 운영, 위기관리를 전부 꿰뚫는 총무팀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싶었습니다.
이런 노력은 결국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인턴이었음에도 '사내 비품 관리 운영안'에 대한 기획을 맡아보라는 팀장님의 지시가 있었고, 저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함께 2주간 기획안을 수립했습니다. 비품은 사내 모든 구성원이 사용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유관 부서 사람들의 협업이 필수였고, 인턴 기간 동안 쌓아온 좋은 관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비품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누락 아이템 없이 최초로 확립된 관리 리스트는 전사 프로세스로 채택되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회사의 관리 역량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코멘트를 받은 값진 성과였습니다.
지금까지 [장점 및 역량] 문항에 대한 접근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어떤 문항이든 '구체화'가 원칙이지만, [장점 및 역량] 문항은 특히나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일반화되고 객관화된 나의 장점을 세일즈 하려면 미생의 오 과장이 장그래에게 말한 것처럼 채용 담당자를 '홀려야' 합니다. 여러분의 장점과 역량은 쌔빠진 신상 같은 노력인가요, 혹은 노련한 실력인가요? 뭐든 좋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스스로를 자랑해 보세요.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
7.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 문제 해결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