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경험
지난 글에서는 자기소개서에서 쓸 수 있는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내가 겪어낸 일은 자소서에 담길 자격이 있습니다. 나를 향하는 질문들을 앞두고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당겨 올 수 있는 스토리는 무엇이든 좋으니 일단은 최대한 긁어모으세요.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는 우선 신경 쓰지 말아요. 나의 능력범위 밖의 일입니다.
나의 능력 범위 안에 있는 일은 물어보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노력입니다. 일단 겪어온 인상적인 일들은 모두 써먹을 수 있다는 건 알겠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문장에서,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꿔갑니다. “더 이상은 상세히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문장을 고칩니다. 이번 글에서부터는 문항 유형별로 어떤 방향으로 파고들면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자기소개서를 통해 채용 담당자가 알아내고 싶은 여러분의 모습은 어차피 정해져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지”입니다. 이 질문의 변주들을 이제부터 하나씩 파고들어 봅시다. 가장 먼저 [문제 해결 경험] 입니다. 문항의 종류마다 해야 할 고민의 깊이가 다릅니다. [문제 해결 경험]은 상대적으로 대답하기 쉽습니다.
결국 지원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물어보는 질문의 변주들입니다.
다양하게도 물어봅니다. 결국 “당신은 살아오면서 어떤 문제를 마주했고, 그걸 어떻게 해결했나요?“라는 질문인데, 형태는 각양각색입니다. 고민 끝에 탄생한 유사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Q. 창의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들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해결했는지 설명해 주세요.
Q.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체의 이슈를 정의하고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 사례를 들고, 그 경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세요.
Q. 설득을 통해 반대 의견을 가진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 경험이 있나요?
등등입니다. 주로 과거의 나를 물어보는 질문이고, 회사에서 가장 편리하게 지원자를 공격할 수 있는 물음들입니다. 우리도 보통 대화하는 상대방이 “나 취업했어!” 혹은 “사업 아이템이 대박이 났어!”라고 자랑하면 ”아니 그걸 어떻게 했는데?“ 라고 물어보고 싶지 않나요?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자들이 우리 회사에서 부여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가장 쉽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바로 “너 해본 적 있어?”입니다. 네!라고 대답하는 지원자는 곧바로 ”어떻게?“를 답해야 합니다. 수순입니다.
‘문제 해결 경험‘은 공격도 방어도 가장 쉬운 질문입니다.
그러면 보통 지원자들의 일반적인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 관점에서 예시를 가져와봤습니다. 자소서 문항은 “창의적 문제 해결 경험은?“입니다.
언론 정보학과 1)전공 수업 중 발생한 일입니다.
언론 업계에서 2)중요하게 다루는 사회 이슈에 대해 조사하는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터뷰를 해야 했는데, 인터뷰 대상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저는 3)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내어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우선, 저희 조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떤 인터뷰 대상이 선정되어야 하는지 파악하였습니다. 이후, 이슈와 관련된 게시글이나 댓글을 작성한 사람들을 찾아내어 4)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저희 조는 인터뷰 대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5)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6)어려운 상황에서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에 적힌 답변의 알맹이가 훌륭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뤄둡시다. 지금은 얼마나 일반적인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답변이 얼마나 더 구체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만 따져보도록 해요. 얼른 살펴봤을 때 제가 찾아낸 빈틈은 총 6개입니다.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어떤 전공 수업인지 이야기하는 건 중요합니다. 앞으로 나올 내용이 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 있는 강의인지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면 독자의 이해가 편해집니다.
2) 언론업계의 중요한 사회 이슈는 수없이 많습니다. 주로 어떤 이슈를 다루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3)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틀에 박힌 해결 방법이 오히려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 문제가 왜 기존의 해결 방법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지, 그 결론으로 이르기까지 나의 사고 흐름은 무엇이었는지 역시 서술해줘야 합니다.
4) 뭐 어떻게 인터뷰를 선택한 것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 인터뷰가 선정한 대상이 누구인지 정도는 말해줘야 합니다. 내가 도출해 낸 문제 해결 과정의 결과이니까요.
5) 인터뷰 대상 선정이라는 원인과 프로젝트 완수라는 결과 사이에 아무래도 간격이 커 보이죠? 실제로 엄청난 성과를 가져온 해결 과정이라 해도, 그걸 읽는 독자도 동의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6) 결과적으로 도출된 느낀 점도 역시 그 어떤 문제 해결 사례의 결론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하나의 사건에는 하나의 느낀 점만 있을 뿐입니다. 오직 이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느낌을 써내야 합니다.
대응 방안은 더 이상 물어볼 일 없도록 ‘알잘딱깔센’하게 미리 채워 넣는 겁니다.
오직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부분들만 짚어낸 ‘구멍‘들입니다. 의문이 생기는 글은 쉽게 읽어 내려가지 못합니다. 친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날카로운 눈으로 지원자를 평가해야 하는 채용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자꾸만 멈칫하게 만드는 글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지원서일 뿐입니다. 잘 읽히는 글은 멈출 일이 없는 문장입니다. 문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제가 수정을 하면 이렇게 바꿀 것 같아요. 조금 더 나은가요?
언론 정보학과 학부 전공 수업 중 [미디어 사회 조사론]이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의 주요 과제는 언론 업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사회 이슈를 조사하는 방법론을 연구하는 팀 프로젝트였습니다. 저희 조가 선정한 사회 이슈는 당시 화제였던 ‘주 69시간 근무제‘ 였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저희 조가 선택한 방법론은 ’설문조사‘였습니다.
관건은 인터뷰 대상 선정에 있었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이슈에 대한 답변이 치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결국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방법론적으로 진행이 용이한 온라인 설문조사 방법을 채택하고, 최대한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왜곡된 답변을 피하고 전 연령대의 의견을 고루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선정된 연령대별 100명의 인원들 대상으로 입수된 설문조사 결과는 근로 시간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견을 고루 반영한 결론이 도출되었고, “근무시간 연장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하다.”라는 경향성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과제 평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항상 충분한 고민을 거쳐 적합한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문제 해결 경험] 문항에 대한 답변 방법에 대해 함께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쓰세요. 그리고 다시 읽었을 때 독자의 관점에서 궁금해지는 부분을 찾아내세요. 판단 기준은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지“ 입니다. 반복하다 보면 결국 문장들은 더욱 섬세해지고 생동감이 생깁니다. 그렇게 읽기 쉬운 글이 되었을 때, 답변 안에 담긴 에피소드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