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
규조의 에피소드까지 읽으면 결말은 쉽습니다. 그 싱거움에 3점.
[딱 한 줄 고르면]
372p - "네게 연기를 철저히 해낼 각오가 있다면 염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자주 보는 매거진인 디에티드에서 기명균님이라는 독서 평론가가 책을 추천한다. 마땅한 서평을 찾을 수 없을 때 참고하는 독서 리스트에서 [고비키초의 복수]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녹진한 시대 추리극이 구미가 당겼다. 그 시대에 흠뻑 젖어들게 하는 컨텐츠를 좋아한다. 플레이스테이션 4에서 잠자고 있는 [레드 데드 리뎀션2]는 결말을 보기 아쉬워서 아직도 아서 모건을 살려 두었고, 넷플릭스에서 인기였던 먼나라 영국 조상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도 에피소드들을 아껴두다가 역시나 끝을 보지 못했다. [고비키초의 복수]의 배경은 일본 에도 막부 시대이다. 사무라이는 복수를 하지 못해도 자결할까? 가장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풀어쓰자면, 사무라이도 성급하게 스스로의 배를 가르지 않는다. 사무라이도 고충이 있고, 살 길을 고민했다. [고비키초의 복수]는 사무라이의 삶에 휴머니즘을 한 국자 크게 담았다. 그래서 스토리의 맛이 살짝은 싱겁지만 다채롭다. 구성의 힘 덕분이다.
다섯 명의 인물이 주인공의 복수를 도와준다. 그리고 그 조력의 진실을 가장 마지막장에서 주인공이 밝힌다. 진실의 복선은 소설의 배경에 넘쳐난다. 그래서 결말이 유별나지 않다. 사건을 진술하는 인물들의 인생사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에도 시대 서민들의 삶이 쉽게 그려진다. 이웃 나라 역사 공부가 끝을 향해 가면서 고비키초에서 일어난 '그 사건'의 퍼즐도 하나둘씩 맞춰지는데, 사실 복잡 다난한 자신의 인생사를 주절주절 떠들던 조력자 다섯 명이 유난히 반복하는 대사가 거슬린다. 그리고 그 대사는 마치 '5인조 범죄단이 사전에 입을 맞춘 것 마냥' 판박이다. 눈치 빠른 애독가라면 이 지점이 읽는 내내 신경 쓰일지도 모른다. 형사의 시선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 행간의 이면을 남들보다 빠르게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의 재미는 '조력자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덜 듣고도"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는지'에 있다.
책은 각자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다. 소설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비키초의 복수]는 에도 막부의 시대상을 계속 읽고 싶은 이야기로 전달했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일본 내에서 상도 받았다. 시대를 너무 잘 그려내서 그런지, 추리해내야 하는 중심 줄거리도 금세 드러난다. 그만큼 선명하고,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이다. 점수가 그다지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