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5개월 앞둔 시점.
세계여행을 떠나자고 결심하던 호기로움 뒤로
'현실적으로 집을 떠나 오래 타지 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준비할 게 한 둘이 아니고..'하는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세계여행을 떠올렸을 때 난 왜 설레었을까?
모호함. 신비로움.
나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직접 부딪히며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해지는 나를 두드려 깨고 싶었다.
세상이 늘 내 마음처럼 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인 것을 머리로만 아는 내게는 연습이 필요하다.
당황스러워도 실수해도 어영부영 넘어가도 큰일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그러려면 나는 아는 것이 많이 없어야 하는데...
정신만 차려보면 네이버 검색창에 '세계여행 준비물' 부터 시작해서 '리스차 빌리는 방법' '기차 1등석 2등석 차이점' 같은 것들을 검색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게 둘러쳐진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은 이토록 어렵다.
'완벽한'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우린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한 정보를 찾으면 또 이 정보가 끄달려 오고
알고리즘을 타고 또 다른 정보가 줄줄이 달려 나온다.
무언가 궁금해서 검색창을 뒤지다 보면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기기 십상이고
조금만 더 찾으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것 같은 기대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문제는 이렇게 이것저것 고민하고 검색하는 것에 몰두할수록
벌써부터 그 반짝거렸던 설렘이 빛을 잃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세계여행 준비 파업을 선언한다.
이것저것 다 실수 없이 해내고 싶어지는 그 성질이 어디 가겠냐마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에 게을러지려고 한다.
다시금 새겨본다.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한 발짝 움직이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실수가 두려워진다.
2023. 11. 15. 동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