稽古照今(계고조금)

by 한량돈오

계고조금(稽古照今)은 “옛것을 상고하여 오늘날을 비추어 본다”라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단순히 옛것을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나 지혜를 거울삼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서적인 『고사기(古事記)』의 서문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온고지신(溫故知新) 또는 법고창신(法古創新)과 맥락이 비슷할 듯합니다. 온고지신이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법고창신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라는 뜻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법고창신은 실학과도 연관이 깊죠.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저서 『초정집(楚亭集)』 서문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네요. ‘옛것을 본받되 변화를 알고, 새것을 만들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라는 철학을 제시했습니다.


계고조금으로 글을 시작한 까닭은 ‘稽古會’라는 이름의 워크숍에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몸의 움직임에서 춤으로 이어지는 워크숍인데요. 지난 12월 15일에 참가했습니다. 장소는 ‘冬青庵’이고, 일본 전통 가무극인 노(能, のう)의 무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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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공연장으로 지은 집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정원이 있는 작은 공연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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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일본 전통 무용을 바탕으로 현대화하는 분으로 이해했습니다. 저는 ‘기초’ 반이었습니다. 소개말이 이렇습니다. “공간성의 체험과 질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면서 동양의 신체성을 탐구합니다. 각자의 중력과 신체 감각을 분석하여 각자의 성격에 맞게 서서 걷기 수평 수직 작업에서 춤까지 이어집니다.”


수업 내용은 처음엔 몸의 긴장을 풀고 중심을 잡는 연습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일본 무용의 기본적인 움직임 그리고 간단한 춤동작이었습니다. ‘코어’의 힘을 중심으로 엉덩이를 올리고 배를 안으로 당기는 자세를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코어의 중요성은 모든 신체 움직임에서 기본이겠죠. 인도 무용 오디시에서도 선생님께서 매우 강조하시니까요. 그리고 엉덩이와 배의 자세는 한국무용 기본자세에서 많이 했던 자세여서 반가웠습니다. 한국무용 수업이 그리워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예정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는데, 선생님도 수업에 집중해서인지 세 시간 정도로 진행했습니다.


무대가 나무 바닥이어서 흠이 나지 않게 일본식 버선인 흰 다비(白足袋, しろたび)를 신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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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평평해서 버선과 차이가 있습니다. 움직임도 마루의 나무 한 조각 안에서 발바닥을 붙이고 똑바로 나가야 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몸의 중심을 수직으로 유지하면서 발의 움직임 감각과 공간적인 감각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일본 버선 다비는 엄지발가락이 분리되어 있고, 뒤에 고하제(こはぜ)라는 금속 고리로 여미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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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에서도 춤동작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인도 무용은 맨발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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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도, 일본 무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더 알고 싶어 졌습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계고회도 신청했습니다. 기초반과 함께 연이어 진행하는 ‘扇舞’(선무) 반도 신청했습니다. 제가 추는 한량무도 부채를 사용하니까 일본의 부채춤은 어떨지 무척 궁금합니다. 하루 동안의 연수였지만, 김백봉 부채춤도 배워본 적이 있어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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