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茶道) 체험

by 한량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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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11월 중하순에 단풍이 최고조였습니다. 11월 28일(금) 녹왕원(鹿王院, 로쿠오인)이라는 곳을 밤에 개방하고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해서 당일 여행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SNS 광고에 홀렸죠. 밤의 단풍 정원을 감상하며 그냥 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리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탓입니다만, 일본의 전통 다도에 따르는 프로그램이어서 당황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도 전통적인 절차에 비하면 많이 생략한 것이고요. 언젠가 다도 체험을 하겠다고 생각해서 검색을 해본 적은 있지만, 상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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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쿠오인은 1379년 무로마치 막부 제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 1358–1408)가 창건한 사찰입니다. 아시카가는 금각사를 짓고 다도의 형성과 미학적 토대를 강화했다고 하네요. 다실로 가는 길과 단풍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포스터의 점전(點前, てまえ, temae)은 말차를 준비하고 손님에게 대접하는 다도의 형식·동작 전체를 말하는 거네요.


진행자에게 잘 몰라 미안하다고 모른다고 양해를 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눈치로 따라서했습니다. 일본어로 하는 설명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진행자가 간략하게 영어로 설명을 따로 해줬습니다. 그날 실수한 경험과 제가 머무는 무카이지마 학생센터의 다도 프로그램[12월 13일(토)]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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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실입니다. 손님들이 정해진 자리의 순서대로 입장합니다. 다실은 넓지 않은 공간이었고, 다소 어두웠습니다.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조명을 밝지 않게 하는 듯했습니다. 벽에 족자가 걸려 있고 꽃꽂이 화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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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끓여 대접하는 사람을 정주(亭主), 그 차를 받는 사람을 객(손님)이라고 합니다. 손님이 모두 일곱 명이었는데, 모두 앉자마자 정주와 반절로써 인사를 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던데요. 무릎이 불편하다고 미리 연락했는지,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아 차를 마셨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무릎을 꿇은 채 진행해서 힘들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습니다.


처음에 오모가시(主菓子, おもがし)와 그걸 먹을 수 있는 대나무 꼬챙이(흑문자, くろもじ, kuromoji)를 그리고 작은 냅킨을 줍니다. 옆사람을 보니 화과자를 다 먹은 다음 꼬챙이를 냅킨에 싸서 자신이 챙기더군요.


(영상은 센터에서의 오모가시입니다. 배운 대로 과자 먹고 나서 꼬챙이를 거기에 놓지 않고 제가 챙겼습니다.)


한 사람씩 차를 우려 내주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제 아내가 맨 처음이었습니다. 몹시 당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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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차를 받으면 주신을 존중하는 표시로 찻잔을 들어 올립니다. 찻잔의 정면으로 마시지 않고 살짝 찻잔을 돌려 마십니다. 센터 체험에서는 세 번 정도 돌리라고 하더군요. 마지막 모금을 마실 때는 소리를 내라고 합니다.


센터에서는 말차를 만드는 법도 배웠는데요. 거품을 내야 하고, 마지막에는 반원에서 출발해서 원을 그리면서 마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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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면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차 한 잔 마시는 여유 속에서 마음을 평안하게 가다듬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SNS 광고에 넘어가서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말차 세트 간단한 걸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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