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에서 자원봉사자 도슨트를 하고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자원봉사자 도슨트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이고, 백남준아트센터 작품이 주로 미디어 작품이다 보니 해설 영역을 좀 넓히고 싶어서요. 경기도미술관 자원봉사자 도슨트 교육도 수료했는데, 리허설 일정이 맞지 않아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지는 못했습니다. 12월 9일 북서울미술관 도슨트 동료들이 교토에 옵니다. 10일에 미호 뮤지엄(MIHO MUSEUM)을 가고 싶다고 하는데,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아서 제가 렌터카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11월 26일(수) 사전답사차 미호 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요. 처음 간 건 2018년 4월 11일(수)이었습니다.
2018년 4월의 사진입니다.
당시 메모 일기에 건축가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 있네요. 건축가는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貝聿銘)인데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로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건축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3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일 듯합니다. 2018년 당시 메모에 1917년 4월 26일생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2019년 5월 16일에 사망했네요. 102세에 별세했군요.
음성 가이드 빌리는 곳 직원에게 한국어가 있냐고 물었더니, 일본어와 영어밖에 없다면서 미호 뮤지엄에 대한 한국어 소개 영상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뮤지엄 건설 과정 영상과 함께 건축가의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페이는 중국의 옛 시인 도연명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길 잃은 어부가 어두운 동굴을 지나 우연히 무릉도원을 발견한 이야기요. 뮤지엄을 찾아가는 길이 그걸 보여줍니다.
먼저 가지를 늘어뜨린 벚나무길이 나타납니다. 2018년엔 4월이었으니 벚꽃이 정말 화려했었는데요. 지금은 가지만 남았지만, 제 배우자는 가지 자체가 꽃 같다고 하네요.
그 끝에 터널 보행로가 있습니다. 그다음엔 작은 계곡을 건너게 하는 출렁다리(현수교)가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뮤지엄에 다다르는데요.
뮤지엄은 일본 옛집 지붕 모양입니다. 건물의 약 80%는 흙으로 덮여있습니다. 건축가는 주변의 자연환경, 특히 산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영상을 보니 산의 흙을 퍼내고 건물을 짓고 다시 흙을 덮는 과정이었네요. 산속 깊은 곳에 있으니까 건축물이 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한 거죠. 일본 전통의 의례를 통해 산에 약속을 했다는 건축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축가의 이런 말도 소개하는 글이 있네요.
“일본의 옛 건축가는, 토지와 건물 그리고 경관을 조화시키는, 그러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나는 흉내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인의 마음, 문화, 전통을 존중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빛이야말로 건축에 있어서 그 성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빛이 유리 지붕을 지나 들어옵니다. 유리와 강철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산과 나무, 햇빛과 잘 어우러집니다.
영상에 건축가와 함께 설립자가 등장합니다. 고야마 미호코(小山美秀子, 1910~2003)입니다. 신주슈메이카이(神慈秀明会, 신자수명회)라는 종교단체의 회주였습니다. 그녀의 비전은 ‘예술을 통해 아름다움, 평화, 기쁨을 만방에 전한다’라는 것이고, 그에 바탕을 두고 작품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국, 서아시아, 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고대 예술품이 있습니다. 뮤지엄은 1997년 11월에 개관했습니다. 설립자와 건축가가 만나 미술관 구상에 착수한 건 1991년입니다.
카페에 있는데, 저를 '관람'하는 듯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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