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가도 웃음을 짓게 됐다.
곧 죽어도 우울했다. 숟가락을 들 힘 조차 없었다.
어제는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었고, 오늘은 차에 치이고 싶었다.
정신을 팔고 싶어 어제는 하지도 않는 핸드폰 게임을 하며 밤을 지새웠고 오늘은 미친듯이 일을 했다.
일을 끝내고 4시경. 내가 사라진 것을 보고 절망했다. 일말의 희망을 정말로 버려야했다.
그래서.
오늘의 퇴근길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것 조차 너무나 힘이 드는 일이었다.
다가오는 주말이 두려웠고 집 앞에서 난 주말 계획을 세웠다.
두어달 전부터 봐왔던 도예 공방을 찾았으나 문이 닫겨 있었다. 애석하게도.
집으로 가긴 아쉬워 옆에 있던 부동산에 들렸다.
말도 안되는 조건을 내걸며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어제와 오늘 처음 짓는 웃음이었다.
이젠 갈 곳도 없어 정말 집으로 돌아가려던 길에.
꽃집 문앞에 '클래스'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서슴없이 가게 문을 열었다.
클래스도 진행하나요?
꽃을 선물하기 위해 꽃다발을 사러온 손님이 두 명이었다.
그들의 꽃 선물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
꽃을 선물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너무 잘 알아서 그들이 부러웠다.
꽃집 선생님이라 부르겠다.
선생님이 클래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잃었던 웃음을 조금씩 찾아갔다.
그리고 문득 보경이가 두어달 전에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날도 무척이나 우울했던 날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던 우리는. 한없이 자신들에 대해 반성했다.
그러면서 보경이는 내게 꽃을 사볼 것을 제안했다.
"집에 갈 때 꽃이라도 사들고 가봐!"
그녀가 흘린 말을 주워담았다.
작은 꽃 가게에서 몇 안되는 종류의 꽃 중에서 들꽃을 골랐다.
선생님 이 아이를 집에 하나 들고 가는 건 어떨까요? 화병도 필요해요. 꽃을 키워본 적은 없거든요.
꽃을 다듬고 화병에 담는 동안 극도의 행복감을 느꼈다.
이상했다.
나란 인간은 정말이지 단순했다.
꽃 하나로 없던 힘이 났고 되살아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작은 아이를 손에 품고 집에 데리고 왔다.
중학생 때였나 과학 시간에 식물에게도 긍정적인 말을 해주면 효과가 있다는 소릴 들은 것 같아
집에 데리고 오자마자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예뻐해줬다.
향기도 맡고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아니 지금도 쳐다보고 있다.
이 공간에서 나말고 또 다른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큰 의지가 됐다.
꽃을 사는 건 이렇게나
운이 좋은 일이었다.
나의 첫 꽃이 오래 갔으면 좋겠지만.
이젠 매주 새로운 꽃을 저 화병에 꽂아야겠다.
다음엔 이름도 알아와야겠다.
이제서야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첫번째 방법을 배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