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갉아먹는 나의 이중성
퇴근 후 잠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후 극도의 두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심장이 뛰어왔고 호흡이 힘겨웠다. 숨통을 죄어오는 듯한 먹먹함이 명치를 눌러댔다.
토할 것 같은 기분. 불안에 시달릴 때마다 느꼈던 그 통증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배를 눌러대고 있다.
아마 애써 부정해왔던 잃었다는 슬픔을 처음으로 직시하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처음 살갗으로 느낀 그 슬픔은 눈물로 표현되는 게 아니었다.
슬픔이라 칭하기에도 부족해보이는 이 감정을 (뭐라 표해야할지 적절한 단어를 못찾겠는)
어떻게 견뎌야하는 건지 난 모른다.
모든 게 낯설다.
내 인생에는 없었던 시간들이기에 모든 걸 어떻게 대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 처지에서
완전히 털고 일어나는 나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니 어쩌면 그 상상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난 지금 이 상태를 부인하면서도 붙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이중적인 감정선에서 내가 나를 더 조이고 있다니. 멍청한 짓이다.
가끔은 나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어서 이런 나의 이중성을 정리해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어차피 그 힘듦을 짊어지는 건 나니까.
가령 뜨개실의 컬러를 회색으로 할 지 라벤더색으로 할 지 정리해줄지언정
고마워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