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성경연구회
그날은 모임은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목요일, 학교에서 기형은 동하를 등나무 아래 벤치로 불러내더니 일요일 오후부터 벌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일요일 오후, 교회는 발칵 뒤집혔다고 했다. 권두섭의 유인물이 목사와 장로들의 손에 들어갔고, 그 유인물이 교회 내에서 나누어졌다는 사실에 그들은 치를 떨었다. 그리고 유인물의 출처에 대해 색출 작업에 들어갔다. 유인물의 출처는 너무나 쉽게 밝혀졌고, 덩달아 권두섭과 같이 공부하던 ‘성경연구회’의 대학생 세 명도 주모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성경연구회’는 동하도 처음 듣는 모임이었다. 기형의 말로는 그 모임은 비정기적으로 모여 성경을 공부하는 모임이라는 것이다. 회장은 조명수라는 대학생이고, 회장을 포함하여 모두 네 명이 회원인데, 기형도 그들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목사와 장로들은 그 모임을 이단 집단의 사주를 받아 교회 내에서 세력을 규합하려는 모임으로 규정했다. 그 모임의 회원들은 모두 교회에서 출석 정지를 당했다고 기형은 전해 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동하는 혼란스러웠다. 동하가 보기에는 그 유인물은 시중에 널린 자료였고,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였다. 또 권두섭이 예수의 존재를 부인한다기보다는 예수에 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고자 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에 교회 지도자들의 대응이 너무 예민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기형의 언급도 있었지만, 그간의 권두섭의 언행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면도 있었고, 그것이 혹시 이단 조직의 사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교회의 처분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주일날, 교회 정문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권두섭의 주위에는 그의 친구인 듯한 두세 명의 사람이 있었고, 그들을 대여섯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김장로의 지휘 아래 건장한 청년들은 권두섭 일행의 교회 출입을 막았다.
권두섭과 일행의 저항은 그들의 위세에 비해 너무 미약했다.
“왜 교회의 출입을 막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거냐?”
“모르겠습니다.”
“너희들은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사탄의 무리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러는 겁니까?”
“이 교회가 어떤 교횐데... 나쁜 자식들. 이제 이 교회와 너희들 사이에는 불칼이 놓여 있다. 이 교회는 사탄의 무리로부터 불칼이 지켜줄 거다.”
김장로의 입에서 불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불칼, 라하트하헤렙.
창세기에 이런 기록이 있다.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를 하느님께서 에덴동산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그들이 생명의 과일까지 먹을까 염려되어 에덴동산 북쪽에 두루 도는 불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었다.
야훼는 인간과 에덴동산 사이에 불칼을 놓았다. 그로 인해 인간은 에덴동산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다. 교회의 권력인 김장로에 의해 권두섭과 교회 사이 불칼이 놓였다. 아담과 하와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선악과를 따먹었듯이 권두섭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인간이 선과 악을 아는 것이 그리 잘못된 죄악인가? 예수가 누구인지 고민하는 것이 무얼 그리 잘못한 일이던가? 누군가가 말했다. 종교는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성적 고민이 종교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것은 아닐까?
동하는 교회 앞 소동을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았다. 기형이 동하에게 다가와 동하의 손을 끌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인들은 정문의 소동을 곁눈으로 힐끗거리면서 속속 교회의 성전으로 입장했다. 그들이 교회를 찾아온 이유는 다양했다. 그들의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기도했으며 목사의 설교를 재해석했다. 교회는 그 목적의 합집합이었다.
에벤에셀 소그룹은 해체되었다. 예배 후 전도사님이 와서 각자가 새로이 속할 소그룹을 지명해 주었다. 동하는 5그룹에 배속되었다. 5그룹의 담임은 안두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신학대학에 재학 중이라 했다. 그는 권두섭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아침의 소동에 대해서도 모른 척했다. 그들은 그렇게 권두섭의 존재를 지우려 했다.
동하는 교회를 계속 나가야 했다. 권두섭은 없어도 그녀가 있는 교회는 여전히 동하가 나가야 하는 공간이었다.
권두섭이 있으나 없으나 교회는 동하에게는 한결같은 공간이었다. 예수가 어떤 존재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하는 따위에는 동하는 별 관심이 없었다. 동하는 예배 시간이면 여전히 그녀의 흰 목덜미에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권두섭이 교회에서 출석 정지를 당한 삼 주째 되는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주일 예배 후 교회 인근의 분식집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동하는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그는 예배 후 약속장소로 나갔다. 약속장소에는 예전의 에벤에셀 그룹원 4명이 모여 있었고, 그들 가운데 권두섭과 그의 친구인 듯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권두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동하를 맞이해 주었다. 동하는 약간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가 내미는 손을 잡고 그의 손에 이끌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권두섭과 그의 친구는 그룹원에게 교회 소식의 이모저모를 물어보았다. 동하 일행은 사실과 추측과 의견을 뒤섞어가며 이야기를 했다.
권두섭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의 독단성에 대해 비난을 하였고, 비난의 대상이 김장로로 옮겨 왔을 때는 권두섭과 그의 친구는 거친 욕설까지 내뱉으며 격앙된 감정을 보였다.
동하 일행은 그 비난에 대해 고개만 끄덕거렸지, 그 비난의 진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권두섭과 그룹원은 다음 주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다음 주, 동하는 약속장소로 나갔다. 말은 새어나가기 마련이던가? 동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식집 앞에 엉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서둘러 다가가 분식점 앞에 몰려 있는 구경꾼들의 틈에 끼었다.
김장로와 몇몇 청년들이 권두섭과 그 일행의 멱살을 잡고 집단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권두섭의 일행은 지난주에 보았던 한 명 외에 새로운 사람 둘이 더 있었다.
“이 사탄의 자식들아, 너희는 왜 교회를 무너뜨리려 하는 거야. 이 교회가 어떻게 세운 교회인 줄 알아. 이 교회는 내 피와 땀으로 일으킨 성전이야. 너희들이 감히 이런 곳을...”
김장로는 진정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입술은 파르르 떨며 뒷말을 잇지 못했다. 권두섭과 일행은 김장로의 위세에 눌러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피와 땀으로 일으킨 성전이라는 김장로의 말이 도드라지게 동하의 귀에 들렸다. 김장로의 목적은 교회의 성장과 유지였던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구원이 그의 목적이 아니다. 교회는 그의 개인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공간이었지 참된 종교인의 자세를 가다듬는 공간은 아니다. 생각은 여기까지 미쳤다.
김장로와 청년들은 권두섭과 일행의 멱살을 잡고 길가에 세워둔 승합차에 그들을 밀어 넣었다. 차는 이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들은 잠시 웅성거렸고, 이내 흩어졌다.
동하는 군중이 흩어진 자리에 한참을 서서 승합차가 사라진 쪽을 응시하였다. 승합차는 이내 동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교회는 욕망의 집합체이다. 욕망이 다른 사람의 욕망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 욕망의 경계에 예수와 성경이 있다. 그것만 부정하지 않으면 교회는 서로의 욕망을 모른 척한다.
교회에서 충족시키고자 하는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 그것은 너무 분명하였다. 그녀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곳. 그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곳. 그것이면 나는 교회에서 충분히 행복하였다.
승합차에 실려 사라진 그들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지속되지 못하였다. 대신 동하는 걱정이 사라진 자리에 자기 합리화의 변명을 채워 넣었다.
우중충한 초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버티고 서있는 교회 첨탑 위의 십자가가 동하의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어왔다. 겨울은 바람이 우는 계절이라 했던가? 겨울이 점점 곁으로 다가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