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by 마정열

1.

도봉산에 봄이 왔다 길래

겨우내 처진 몸을 추슬러 산에 오른다


거친 숨 몰아 쉬며 다다른 산 중턱의 산사

추녀 끝에서 아련히 퍼지는 풍경 소리

잘 버티어 왔다고 내게 보내는 위로의 손길


바람은 풍경을 만나 소리를 이룬다


어떤 이는 바람을 피하려 움막에 숨고

어떤 이는 바람이 싫어 두터운 겉옷으로 자신을 감춘다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는 그대여!

너와 함께 소리를 이루려 바람이 불고 있다


세상에 이겨냄이 어디 있겠는가?

견디고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거지


노승의 합장 위로 부처님의 미소가 빛나고


그렇게 한 세상 뒹굴면

나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소리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찬 바람, 도봉 속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2.

천축사 일주문 앞에서 여인이 합장하고 삼배를 올린다. 나는 목적지가 사찰이 아니어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일주문을 통과했다. 산 중턱, 거친 숨을 다스리려 바위에 걸터앉으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주위를 서성인다. 먹던 음식 조각을 떼어 던져주니 고양이는 눈치를 보더니 음식을 먹는다. 고개를 조아리고 음식을 조각내어 베어 물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연신 반복되는 그 동작이 마치 삼배하는 것 같다. 풀린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산을 오른다. 나무를 쪼는 산새 소리가 메아리 되어 퍼진다. 산새가 말라붙은 고목을 부리로 쪼고 있다. 산새는 삼배를 넘어 삼천 배를 한다. 온몸을 바쳐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나무에 삼천 배를 한다. 나는 고개를 들어 먼 봉우리를 보며 목적지를 헤아리고 고개를 숙여 발아래의 돌부리를 살핀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산행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순례의 길임을 비로소 알았다.


3.

힘들다고 고개 숙인 채 발밑만 보고 걸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 자칫 길을 잃기가 쉬우니까.

간혹 눈을 들어 산봉우리를 바라보자.

그래야 길도 잡고 힘도 낼 수 있다.


삶이 왜 이리 서글프냐고 넋두리하는 친구여!

힘들고 아프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지 말게.

간혹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그리고 그 푸르디푸른 하늘에

자네가 올랐던, 오르려 했던 봉우리를 그려보게.

그리고 그 봉우리를 생각하며 배낭 하나 매고 길을 떠나는 거야.


4.

산을 내려오다 보면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 올라왔는지를.


그러니 벗이여!

이제껏 살아오면서 뭐 하나 이룬 게 없다고 허망해하지 마라.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얼마나 큰 성취인가!

시련과 좌절을 넘어 이렇게 살아왔으니

그 모든 날이 자네를 위한 날이 아니었겠는가?


keyword
이전 02화춘설과 경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