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몇몇 독자 분들이 주신 질문을 가벼이 하지 않고, 글의 주제로 삼아보았습니다.
바로 올 봄 트랜드 입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같이 가벼운 내용이지만 의외로 제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려운 주제입니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한발 앞장서야 하는 직업병이 늘 저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커다란 범주에서 메가트랜드를 거스른다면 괴짜예술가로 불릴 지 언정, 좋은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기에 반성하는 의미에서 6개월전에 한 작업과 현재의 쇼윈도를 비교하는 좋은 기회가되었습니다. 그러니 흐름 정도만 파악하시는 정도로 쉽고 가볍게 이 글을 읽어주시면 적절한 듯 합니다.
1. 화려한 프린트, 꽃과동물의 향연
패션은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와 브렉시트(Brexit),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등 주변의 거시적 환경에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탄핵정국이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광장에서 촛불과 태극기가 대립하는기이한 현상을 마주하는 한국사람들 역시 그 예외는 아니겠지요. 이렇게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위해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경쾌하고 화려한 꽃과 동물이 그려진 대자연의 편안한 자태를 더욱 동경하도록 그들의 무드보드를 채운 것 같습니다.
Mother of Pearl
Valentino
2. 도도한 미니멀리즘, 미니백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이런말이 있습니다. ‘여자에게 핸드백(bag)은 남편과 같고, 슈즈는 남자친구 같다.’ 이 말의 행간에는 여자의 모든 것이 남겨진핸드백은 자신을 잘 아는 남편과 같아서 좀처럼 바꾸어 들고 다니지 않지만, 신발은 기분에 따라 몇 번이고바꾸어 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에 얼마나 공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핸드백의 경우, 몇 시즌 전부터 디오르, 펜디 등 명품 메종에서 시작했던 미니백의물결이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Prada
3. 시크한 컴포터블, 이지웨어그리고 이지슈즈
4차 산업혁명이 경제계와 정치계에 화두로 등장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플렉서블한 근무환경, 대기업들의 복장 자유화 등의 추세에 맞추어
패션계에서는 informalizing(비격식화)로 오래전부터 응답하고 있다고, 저의 지난 번 ‘땀복’ 컬럼에서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달은 제가 전개하고있는 JIMIBEK이 지난 시즌부터 콜라보레이션하고 있는 의류브랜드 Aav와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팝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현재 수량이 달리고 있는아래의 다소 과감하고 편안해보이는 Aav의 파자마룩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지웨어룩의 선두주자인 파자마룩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backless loafer (혹은 Mules – 로마인들이 신었던 신발 Mulleus 에서 유래)입니다.
이미 런웨이에서는 3년전에 모델들의 발에 신겨졌으나, 패피들이 거리에서 신은 모습은 요사이 거리에서 종종 눈에 띕니다.
아마도그 큰 공은 2015년 2월 밀라노 패션위크에 Gucci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데뷰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Gucci
Emerson Fry
Jimibek
그동안 여성슈즈의 전유물이었던 backless 스타일의Mules 슈즈를 이제 출근길 직장인들의 클러치를 든 손과 함께 볼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3월의 어원은 라틴어 전쟁의 신, Martius (이탈리아어 Marte) 입니다. 봄이 기운이 완연해 질 때, 로마인들은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행진하다’ 라는 영어의동사 march는 결국 군인처럼 걷는 것에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3월에는 조금 느슨하면서도 화려하게 입으시고 당당하게 march 하셨으면좋겠습니다.
Ps. 파리에서 상해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기내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4월에는 다시 이탈리아에서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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