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어른이 대공원에 가고 싶다.
4월의 어원, Aprile에 대한 설에는 두 개의 가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고대 희랍어 Αφροδίτη(Aphrodite)에서 유래하여, 그 이름에서 나온 라틴어 Aphrilis에서 Aprile는유래했다는 설 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라틴어에서는 Venus 가 됩니다. 4월은 비너스의 달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Venus처럼 아름다운 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하나의 설은, 이탈리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만한 것입니다. ‘열다’라는 뜻의 동사 aprire 와 Aprile 는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신 적이 혹시 있으신가요? 그렇습니다. Aprile는 라틴어 ‘aperire’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주로 4월에 꽃봉우리가 열리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4월. Aprile, 의 정확한 어원이 어느 쪽에 있든, 공히 매우 ‘아름다운’ 계절이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고, 동서를 초월한 인류 공통의 인식인 것 같습니다.
지난 달에는 벌써 시작된 올 봄, 여름 패션 트렌드를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달에는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패션(뿐 만은 비단 아닐) 메가 트렌드를 짚어 보고자 합니다. 제 스스로 이 글을 쓰면서 이 트렌드의 이름을, ‘새로운 어른이 트렌드’ 라고 정해 보았습니다.
이미 노령화 선진국(먼저 나간 나라) 일본의 경우, 2014년 기준 어른 두 명 중 한 명은 50대 이상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고령화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으니, 그저 이웃나라 일로, 먼 산 불 보듯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일응 맞습니다. 2014년 기준, 일본의 고령화율은 26%로서 한국의 13%에 비해, 두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불과 몇 주전 발표한 행정자치부(물론 대한민국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어른)의 분포는 인구의 고령화율과는 달리, 이미 일본의 성인 분포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40-50대 입니다. 그리고 어른(성인) 둘 중 하나(약 45%)는 50대 이상이며, 어른 열 명 중 7명은 40대 이상입니다.(약 66%)
‘새로운 어른이 트렌드’란, 어른(또는 소비의 주체)의 대명사(또는 무게중심)이, ‘젊은 주니어 어른’에서 ‘늙은 시니어 어른이’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젊고 늙음’ 이란, 절대적으로 정해진 수명적 개념이 아니라, 한 사회 내에서 약속으로 정한 ‘상대적 기준’에 불과함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자주 듣고, 시내거리에서 종종 보게 되는 ‘젊은 노인’의 등장의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늙은 어른이’ 세상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향후 키덜트(kidult), 어모털족(amortal), 액티브 시니어 등 전통적인 준거 노인 집단에서 기대했던 행동과는 전혀 다른 양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새로운 어른이나 노인그룹들은 더욱 증가하고, 동시에 장르 역시 다양화 될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50+’ 시장에 대한 패션계에서의 대응도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취지의 마케팅 시도가 단순하게,’앞으로실버 마켓이 대세라고 하니, 그 어르신들을 타겟으로 뭔가 하면 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백 이면 백’ 실패로끝난다는 것에 이 문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왜냐하면, 그(분)들은 본인들을 ‘시니어’ 라고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자신이 ‘시니어’인 줄 (진심으로) 모르며, 행여 누구에게 ‘시니어’ 라고불려지는 것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예이긴 하지만, 최근10년간 무수히 발행되었던 시니어 잡지는 대부분 휴/폐간되었고, 성공한 것은 ‘일반’(을 가장한) 패션잡지 였다고 합니다. 그 분들이 건강에 신경 쓰는 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여도, 자기 손에건전한 건강잡지 나 노인잡지를 들고 절대 외출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제한된 지면에 맞지 않는커다란 주제를 잘못(?) 건드린 관계로, 이번 달은 이렇게‘들어가기’ 수준에서 마감하고,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달에 이어가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컬럼에서는, 지난 2016년 1월서울에서 있었던 이탈리아 브랜드 패션 트레이드 쇼에서 제가 찍었던 어느 한 고객 분의 사진으로 결론을 대신 할까 합니다. 바로 제가 서두에 뜬금없이 배치했던 ‘얼굴 없는 사진’의 주인공 ‘어른이’ 입니다.
사진 속의 ‘어른이’ 고객은 방송국PD은퇴후, 현재 아트 도슨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연세는 70대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나이는 여쭙지 않았습니다.)
실존적으로 ‘영 실버’ 마켓의 실재(實在)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시켜 주었던 충격의 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밀라노에서 지휘하고 있는 슈즈브랜드 JIMIBEK의 경우, 페이스북 광고에 반응하는 메인 타겟은 전세계적으로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별, 대륙 별로 뚜렷한 차이없이 동질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매를 행하는 메인 고객층은 의외로 50대에서 70대까지 라는 현재까지의 사실을 밝혀 드립니다. 물론 브랜드의 원래 주 타겟은 ‘젊은 어르신’분들은 아니었습니다만.
다음 달에는 이 주제에대해 좀 더 그림이 많은 예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 Scriptum
한 연구에 따르면, 현 50~60대의 특징이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모두가 ‘자신만은’ 기존과는 다른 ‘신형50, 60대’ 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제가 본 키워드는‘자신만은’ 입니다. 하지만현재 50-60세 ‘어른이’분들은 실제로는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만 하시고, 행동을 차마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옷장 속의 전투복 중에 화려한 컬러로 쓱 걸치시고, 활짝 열린 4월의 거리를 활보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