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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Aug 19. 2020

꾸지람값 5만원

2020.8.19.수


어제 밤 10시가 넘어 아들 가족 도착. 오늘 새벽 5시에 아들은 출근을 위해 자기 집으로 가고 며느리와 손녀만 남았다. 미역국을 끓여 아침을 먹고 우리 내외는 병원 다녀왔다. 다행히 지난 주 검사결과가 양호하단다.

삼계탕으로 점심.



아침에 잠깐 마당에 부추 베러 간 사이 남편이 며느리에게 아기 좀 잘 돌보라고 꾸지람 한 바가지를 한 모양. 남편은 운동나가고 며느리가  "아버님, 어젯밤 아기가 기침을 많이 해서 속상하셨나봐요." 한다. 그러려니 했더니 병원가는 차 안에서 좀 야단을 쳤다고 실토한다.

조그만한 애를 야단을 칠 데가 어디 있다고?돈도 벌어야 해, 애도 키워야 해, 살림도 해야해. 애가 아프면 어미가 제일 힘들텐데 그런 애한테 폭풍 잔소리를 해대다니. 도대체 마음에 안들지만 검사해놓고 조마조마 결과를 보러가는 길에 언쟁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병원갔다 오는 길. 버드나무. 초등학교 시절엔 이 신천에서 멱을 감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며느리는 화상회의 해야 한대서 마음 편하게 카페에 가서 하라고 근처 카페에 태워주고 왔다.

그 사이 주문했던 전복과 갈비탕 도착.

아침에 며느리에게 폭풍 잔소리 한 게 미안했던지 돈 10만원을 주며 먹을 걸 좀 해주란다.먹을 건 미리 다 준비해둬서 따로 돈 들일은 없다.

며느리에게 아버님께 꾸지람 들은 값이라며 5만원을 주었다. 꾸지람 들었다고 토라져 있지도 않고 시아버지 마음을 살피는 게 대견하다.



병원 갔다 오는 길에 배 두 개를 샀다. 예전에 엄마가 우리들이 기침을 할 때면 큰 배로 두껑을 내고 속을 파서 씨를 빼내고 거기 콩나물과 꿀을 넣어 아랫목에 묻어두었다가 그 물을 먹여주시던 기억이 났다. 약식으로 전기밥솥에다 콩나물을 꿀에 재워 배를 갈아넣어 삭혔더니 국물이 나왔다. 아기에게 먹이고 다시 하는 중.

아기 재우고 부리나케 <아무튼, 3시> 쓰는 중.


여름의 정점, 오늘이 그날인 듯.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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