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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an 25. 2021

계란 한 판

2021.1.25,월

어제 낮잠 탓인지 밤에 잠을 설쳤다. 야행성인 나는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난 후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영화를 본다. 그때가 집중이 제일 잘되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잠을 설치게 된다. 온갖 매체에서 잠의 질을 치매와 연관시켜 말하니 밤에 자는 잠의 질을 높여보고자 노력 중이다.  


낮에 눈을 붙이지 않으려고 은행 볼일과 장 볼일을 만들어 일부러 집을 나섰다.

마트에 가서 대여섯 가지 샀는데 오만원이 훌쩍 넘었다. 우유 한 통, 시금치 한 단, 땅콩 한봉지, 닭봉 한봉지, 절단 동태 한봉지, 그리고 계란 한 판.

요즘 금란이 된 계란이다. 거금 7450원을 주고 샀다. 지금까지 사본 것 중에 최고로 고가다. 작년 여름쯤에 5500원 정도 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란 한 판 값이 그리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만큼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대구로 친구들을 만나러가면 - 재작년 얘기다 - 즐겨가는 커피집이 있다. 곤드레나물밥 6000원으로 점심을 먹고  그 옆 커피집에 가서 7500원짜리 커피를 마셨다.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는 커피집이다. 내 친구들과 이래저래 안면을 트고 있어서 나도 대구에 가면 즐겨간다. 나는 그 커피값도 비싸다고 생각 안한다. 주인이 혼신을 다해 커피를 내리고 정중하게 서빙한다.

곤드레 나물밥집도 내또레 중년 여인 셋이서 점심 장사만 한다. 직접 만든 두부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6000원이면 싸지만 그녀들은 그게 적정가격이라고 한다.


계란 30개면 우리 부부가 하루 한 개씩 프라이를 해먹어도 2주일은 먹는다. 커피 한 잔 값이다. 그렇찮아도 얄팍한 지갑이 더 얊아졌지만 어쩔거나 물가도 염치가 있으면 내려와 제 자리를 찾겠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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