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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Jan 28. 2021

무라카미 하루키와 알랭 드 보통

2021.1.28.목

얼마 전까지 우리 집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여행의 기술》과 《불안》 , 《행복의 건축》은 내 서재에서 기약없는 연인을 기다리는 신세였다.

  

중고서점을 뒤져 하루키 수필집 2권과 보통의 미술책과 에세이를 샀다. 이 글을쓰고 있는데 알람이 운다. 보통의 《슬픔이 주는 기쁨》이 중고로 올라왔단다.

조금 전까지 남편과 이젠 나가는 돈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해, 를 주제로 주거니받거니 했다. 다행히 이번에 중고로 산 책 네 권은 들키지 않았다. 책 15000원, 배송료 10000원으로 합이 25000원이지만 남편이 알면 적은 돈이라고 무시를 하지말라고 훈계할 게 뻔하다. 이런 사정을 알리없는 택배아저씨는 책을 남편의 사무실 계단 참에 두고 간다. 우리집 대문에 벨이 없는 탓이다.


알라딘 봉투 그림이 빨강머리 앤이다

지난 연말에서 연초에 걸쳐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나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를 몰고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 중고로 사는 게 더 경제적일 듯 싶다.

아무튼 이 두 남자는 - 오해 금지, 작품들은 - 완전 신세계다. 잠자기 전 하루키의 수필 두어 꼭지를 읽는다. 무심한 듯 섬세하다. 글을 써 놓고 시침 뚝 떼는 듯한 스타일이 얄밉기조차 하다.

내가 느끼기에 보통은 그보다 훨씬 꼼꼼하고 치밀하다. 자신의 저작물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는 《동물원에 가기》부터 읽어봐야겠다.


요즘 밤 시간에 넷플릭스 미니시리즈를 열공하느라 책읽기, 시 읽기가 자꾸 뒤로 밀린다. 하루가 짧다. 살짝 발을 담궜던 우울증에선 나온 듯하다. 다행이다.


***밤 10시에 다는 사족

책을 사면 작가의 소갯말, 작가의 말, 후기부터 꼼꼼하게 읽는다. 시집도 뒷부분 서평부터 읽는다. 오늘 산 책들을 그런 방법으로 읽다보니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와 《슬픔이 주는 기쁨》은 같은 책이란다. 그런데 왜 서로 비슷하지도 않는 제목으로 독자를 햇갈리게 하는 저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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