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해서 오히려 충분한 1
*** 사진에 목을 메고 있던 시절.
내 사진에 들어갈, 하이쿠처럼 짧은 한 구절이 절실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내가 '시조'에 입문했다.
인생은 참 알 수 없어서 -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 모르지만 - 사진은 접고 신춘문예를 통해 시조시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진에의 미련은 여전히 가슴 밑바닥에 남아있다.
사진이 먼저인지 시가 먼저인지 가늠할 수없는, 정형시와 사진을 시작해볼까 한다.
시와 사진이 부디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기를 . . .
청춘 한 봉지
늦은 밤 울먹이는 전화 발밑이 꺼진다
날기도 전 사그라드는 청춘의 꺾인 어깨
괜찮다 다 괜찮다던
그 말은
주문呪文이었나
한입 가득 울음 물고 찬거리 기웃대니
초여름 햇살 꽂히는 따가운 좌판 위에
팔리길 기다리면서
기약 없는
햇사과
봉지에 갇혀 있는 아직 푸른 과일이
두세 평 고시원에 유배당한 젊음 같아
목울대 넘는 뜨거움
울컥 사든
청춘 한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