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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Sep 07. 2021

청춘 한 봉지

홀가분해서 오히려 충분한 1

*** 사진에 목을 메고 있던 시절.

내 사진에 들어갈, 하이쿠처럼 짧은 한 구절이 절실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내가 '시조'에 입문했다.

인생은 참 알 수 없어서 -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 모르지만 - 사진은 접고 신춘문예를 통해 시조시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진에의 미련은 여전히 가슴 밑바닥에 남아있다.

사진이 먼저인지 시가 먼저인지 가늠할 수없는, 정형시와 사진을 시작해볼까 한다.

시와 사진이 부디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기를 . . . 




청춘 한 봉지


     

늦은 밤 울먹이는 전화 발밑이 꺼진다

날기도 전 사그라드는 청춘의 꺾인 어깨

괜찮다 다 괜찮다던 

그 말은 

주문呪文이었나   

 

한입 가득 울음 물고 찬거리 기웃대니

초여름 햇살 꽂히는 따가운 좌판 위에

팔리길 기다리면서 

기약 없는 

햇사과    


봉지에 갇혀 있는 아직 푸른 과일이

두세 평 고시원에 유배당한 젊음 같아

목울대 넘는 뜨거움

울컥 사든

청춘 한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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