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같은 최씨 가문에서 살아남은 김씨 시어머니와 나처럼 겁도 없이 뛰어든 송씨 며느리와 최씨의 성을 타고 난 손녀...킴미, 쏭유, 초이양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부 간의 이야기와 육아 이야기가 주를 이룰테지만 어떻게 전개될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풍경입니다. 개인의 삶이 보편의 삶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사회가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사항을 가져봅니다.
킴미; 나, 화자, 시어머니
쏭유; 며느리
초이양; 손녀
(원초이; 나의 남편, 시아버지
투초이; 나의 아들
쏭유네 갔다. 한 달에 한두 번 가서 이삼일을 있다가 오곤 한다. 자동차로 세 시간 걸리는 만만찮은 거리다.
처음에 내 지인들은 이구동성 목소리를 높였다. 며느리네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거였다. 요즘 방 안에 있는 뒷간은 어쩌고?
육아휴직 중이었던 쏭유는 아직 부기가 덜 빠진 모습이다. 킴미와 쏭유, 고부간 독서 삼매경이다.
"어머님, 아침 뭐 먹을까요?"
쏭유가 물었다. 뭐가 있는데? 하고 물으려다가 참았다. 뭐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도 뭘 만들기는 싫었다.
"먹는 건 나중에 하고 책이나 읽자. 아기 잘 때."
쏭유는 '그래도 될까요?' 가 아니라 냉큼 '그럴까요?' 한다. 그래서 나온 장면이 이 장면이다. 사진하고 싶은 나는 온갖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때 이 사진을 찍을 땐 내가 브런치에 이런 글을 쓰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때로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나중에 좀더 다양한 삶의 옷감을 짜내려 갈 수 있다.
쏭유를 며느리로 들이고 나서 내가 한 말은 딱 한 가지였다.
"나는 간보는 거 싫어한다."
그 말로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살면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요약했다. 가족으로 살면서 매번 말의 이면을 읽어야 한다면 피곤한 노릇이다.
다행히 쏭유는 그 말의 뜻을 잘 알아들었다.
내가 지금 밥 먹는 대신 책을 읽자는 말은 직역으로 알아들으면 족하지 굳이 의역이 필요없는 것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