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네 여자 이야기
두 여자, 정적이거나 동지이거나
by
김제숙
Aug 8. 2020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진 날. 양양에서 찍었단다. 청춘이니까 좋다.
아들이 결혼할 여자친구를 인사시키겠다고 했다.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 두고 가는 길에 꽃집에 잠깐 들렀다. 프리지아를 사고 싶었지만 없어서 노란 장미 세 송이와 안개꽃으로 작은 꽃다발을 만들었다.
예비며느리에게 줄 것이라고 했더니 꽃집주인이 과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게 만들어주었다. 마음에 들었다.
우선 보기에 키가 큰 아들에 비해서 키가 작아서 썩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표정이 밝아서 마음에 들었다. 눈이 총명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니 예쁘게 생겼다. 무엇보다도 아들이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과일바구니를 들고 왔는데 그 안에 손편지가 있었다. 결혼을 허락해 주시면 서로 사랑하며 예쁘게 잘 살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탐탁치 않게 생각한대도 결혼은 할 터이지만 일단 허락을 받고자 하는 자세와 그런 격식들을 갖춘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점심을 먹고 만났기에 차만 마시며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예비 며느리가 갖고 온 과일바구니와 내가 두번째 만나러 갔을 때 예비 며느리가 준 꽃다발
레스토랑을 나와서 자동차로 가면서 보니 단정하고 깨끗하긴 해도 그리 차려입은 것 같은 차림새는 아니었다. 키가 작은 아이가 구두 굽도 3센티 정도였다.소탈한 걸까? 센스가 없는 걸까? 외모엔 관심없는 걸까?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다. 분수에 넘치게 사치하는 것 보단 낫겠지, 생각을 하며 넘어갔다.
처음 느꼈던 것이 정확했다. 요즘도 옷차림에 관한한 나는 좀 불만이다.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마음만 먹으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다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 대해 쓴 글도 자주 접하게 된다.
객관적인 입장에 놓고 보면 시어머니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아무래도 매체를 다루는 기술이나 글쓰기 능력, 순발력 등이 젊은이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며느리 입장에서 쓴 시어머니에 대한 뒷담화가 많은 편이라 생각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시소게임이다. 시소 게임이라해도 일 자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시켰으면 당연히 며느리 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내 아들을 위한 일이다. 며느리와 불화를 겪고 있는 시어머니들은 이 점을 간과하는 듯 하다.
나는 며느리를 사랑하지만 거기에는 내 아들의 행복이 전제되어 있다. 두 여자가 불화하면 중간에서 한 남자가 불편해진다.
나는 내 아들이 불편해지는 것이 정말 싫다.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어머니들은 결정을 해야 한다. 며느리를 동지로 삼을 것인가, 정적으로 삼을 것인가. 나는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멀리 봐야 한다.
나는 내 아들을 위해서 며느리와 기꺼이 동지가 되기로 했다.
*** 이 글을 준비하면서 며느리에게 주었던 장미 꽃다발을 찾느라 온 파일을 다 뒤젔다. 그러나 없다. 나중에 찾으면 올리기로 하고 일단 썼다.
keyword
시어머니
아들
결혼
8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제숙
직업
시인
글쟁이. 사진쟁이. 책쟁이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사진시집 《아버지의 검은 상자》 시조집 《홀가분해서 오히려 충분한》 사진이 있는 수필집 《여기까지》를 펴냈습니다.
구독자
139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간보기는 사절합니다
이런 톡질 어떤가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