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탁이 녹슬고 있었다

에스겔 22-24장

by 연휘

뉴스를 보며 혀를 차는 날이 많아졌다. 부패한 지도자, 상식을 벗어난 범죄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무너진 사회 시스템이나 거창한 정의의 부재에서 찾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에스겔의 예언서를 펴자, 하나님의 시선은 텔레비전 화면 너머가 아니라 뜻밖에도 우리 집 ‘식탁’을 향하고 있었다. 고발당한 사회 악의 목록 가장 윗자리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부모를 업신여기는 일'이었다. 사회 정의의 실종은 광장이 아니라, 각 개인이 자라나는 가장 작은 성벽인 가정의 균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성경은 이 비극적인 무너짐의 원인을 '녹슨 가마솥'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에 빗대어 폭로한다. 겉은 번지르르해 보일지 모르나, 정작 생명을 담아내야 할 솥 안쪽이 지독한 이해타산과 탐욕의 녹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 오염된 흔적을 씻어내려 솥을 뜨거운 용광로 위에 올리시지만, 이미 그릇 자체와 한 몸이 되어버린 녹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삶의 비극이라는 뜨거운 열기가 가해져도 끝내 비워내지 못하는 우리의 낡은 욕망. 솥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결국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던 나의기쁨, 그리고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이름인 ‘우리의 아들, 딸’ 이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숨이 턱 막히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 비극은 단순히 잘못에 대한 벌이 아니다. 부모가 삶의 중심(거룩)을 잃고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세상을 향한 탐욕으로 녹슬어갈 때, 우리가 목숨보다 아끼던 자녀들이 그 삶의 결과 앞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는 사실은 처절하도록 무거운 경고였다. 7화에서 우리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언약의 반지’를 뺀 손으로 결국 붙잡았던 것이, 탐욕으로 녹슬어가는 가마솥 손잡이였음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이다.


사회의 정의는 결국 한 개인의 성품에서 나오고, 그 성품은 가정이라는 식탁에서 빚어진다. 성경에 등장하는 두 자매(오홀라와 오홀리바)의 이야기는 가정 내의 영적 영향력이 얼마나 무섭게 전염되는지를 보여준다. 언니의 어두운 삶을 보고 자란 동생이 그 길을 그대로 복사하듯, 자기 유익만 챙기는 지도자 역시 어쩌면 정직을 배우지 못한 가정의 식탁에서 길러진 아이였을지 모른다. 지도자를 키우고 사회를 바로잡는 곳도 결국 가정이어야 하기에, 가정이 제 기능을 잃는 것은 곧 미래를 잃는 것과 같다.


여기서 우리는 '부모의 사명'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부모의 사명은 단순히 아이를 남들보다 잘 키우는 것이 아니다. 무너진 사회의 틈새를 막아설 ‘정직한 한 사람’을 우리 집 식탁에서 길러내는 것이다. 내 아이를 세상의 부조리에 휩쓸리는 ‘찌꺼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 부모인 내가 먼저 용광로 앞에 서서 내 안의 녹을 닦아내야 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그 노력이 삶의 본질을 향해 있을 때, 우리 자녀들은 비극의 희생양이 아닌 세상을 살릴 주인공으로 보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하나님 앞에서 고요히 '옳은 길'을 선택할 때, 그 삶의 결은 자녀에게 그대로 복사된다. 우리가 가정에서 지켜내는 그 ‘작은 정직’이 결국 무너진 사회의 성벽을 재건하는 초석이 된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는 우리 가정의 식탁에서 '녹'을 먼저 닦아내야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마주 앉은 오늘 이 시간이, 삶의 무너짐을 막아서는 가장 치열한 사명의 현장임을 다시 한번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해 본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딸아. 네 마음 깊숙이 들러붙은 그 녹들을 마주하는 일이 참 많이 아프고 두렵지? 혼자 힘으로 그 딱딱한 고집과 상처들을 닦아내려 애쓰다 지쳐버린 네 손을 내가 본단다. 그 거친 수고가 얼마나 외롭고 고단했는지 내가 다 알고 있단다. 이제 그 무거운 짐을 내게 맡기고 내게로 오렴. 네가 차마 보지 못했던 그 깊은 얼룩까지 내가 직접 닦아주고, 너의 지친 영혼을 나의 품으로 부드럽게 매만져주마. 네가 억지로 닦아내려 했던 그 식탁 위에, 내가 나의 평안과 위로를 먼저 두겠다. 내가 너를 다시 세우고, 너의 가정을 바로 세워줄게. 그리하여 너의 작은 식탁이 메마른 세상을 적시는 맑은 정의와 사랑이 쉼 없이 흘러넘치는 샘이 되도록, 내가 너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줄게. 걱정 마라, 내가 너를 결코 혼자 두지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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