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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Nov 03. 2021
식탁은 푸지게 정겹고 소소하게 맛난 정원.
나는 이곳을 지키고 가꾸어가며 산다.
아침이 시작되면 아내와 엄마의 마음을 따뜻하게 차린다.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세상을 박차고 나가서 무탈한 하루 보내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해가 져서 식구들은 내가 원하던 대로 무사히 하지만 조금 지쳐 돌아온다. 방에 가구처럼 쉬고 있는 가족들을 자연스레 식탁 앞에 모여 앉히고, 다 같이 지치고 허기졌던 저녁을 함께 채운다. 오늘 하루도 함께 두둑해진 마음이기를 바라본다.
요즘은 자주 못하지만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곳이기도 하여, 음식에 마음을 담아 정성으로 대접한다. 고마워하는 초대자 덕분에 내 영혼이 역으로 대접받는다.
이렇듯 식탁은 사람이 사랑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머물었던 사람이 떠났다가도 다시 더 큰 사랑으로 되돌아오는 곳...
밤이 되었다. 식탁은 나를 지키느라 수고했다며 내게 사색의 공간을 내어준다. 고요한 시각에 고요한 빛을 내는 전등을 켜고, 차와 음악을 둘러놓는다. 글밭에 나갈 채비를 다하고 하얀 밭으로 걸어간다. 일구고 싶은 것들이 찻잔 위로 동동 띄워진다. 고요하고도 하얗게 설레는 밤이다.
가족의 아침이 차려지기 전, 내 마음을 배 불리는 식탁은 내가 가진 가장 소소하고도 귀한 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