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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Oct 29. 2021
한순간도 귀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한순간도 귀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글을 쓰면서 제일 크게 깨달은 점 중 하나는 하찮은 글은 있을지 몰라도, 하찮은 글감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 글을 쓸 때는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이제는 좋은 재료가 아니라 좋은 가공에 초점을 둔다. 감성을 틔우고 보면 세상 모든 것들이 글의 좋은 재료이기에.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나는 매일 저녁나절 동네 주변을 음악을 들으며 운동삼아 걷고 있다. 같은 길을 걷는데 뭐가 그리 다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자연은 수시로 변하는 꽃과 나무의 표정을 달착지근한 저녁 공기와 함께 덥석덥석 던져준다. '영감을 기다리지 말아라, 그것은 몰입하고 있을 때 스스로 찾아온다'. 걷다 보면 유명한 화가가 했던 이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게서 뭐든 소중히 보는 낮은 자세를 배운다.
어느덧 해가 지고 세상이 붉어졌다 어두워져 간다. 오랫동안 산보라는 행위를 통해 자연에게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해 질 녘 속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내 앞의 한 노부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