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성

by 지구 사는 까만별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 있다면..."


라디오에 나오던 부드러운 음악을 저는 오래도록 좋아했습니다. 홀로 길을 걸을 때도, 오래전 일기를 쓸 때도, 안락의자에 앉아 뱃속의 아이와 함께 잠을 잘 때도, 같은 의자에서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도 부드러운 음악은 언제나 나를 품어주었습니다.

그날도 아이는 의자에 앉아 그림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덮고서 나를 부릅니다.

'엄마, 진짜 마법이 있어요?'

나는 대답 대신 빙긋 웃고서,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습니다. 빠른 시일에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을 떠올리며, 우리 가족은 아이의 눈이 감겨있는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습니다. 많은 나무들이 차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숨바꼭질을 보며 아이는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그렇게 음악과 같이 자다가도, 핫바를 쥐여주면 입술에 기름칠을 하고서 다시 잠을 잤습니다. 통통한 입술을 닦아주고, 나는 아이의 꿈을 상상하며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커다란 성문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커다란 문을 내 품에서 바라보았는데, 나는 아이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매표를 하고, 들어간 그곳은 이름 그대로 환상의 나라였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인형들, 아이의 원피스처럼 알록달록한 튤립들, 길거리 어디에서나 나는 고소한 팝콘 냄새. 어릴 적 나는 가지 못했던 나라를,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습니다. 내가 마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손을 잡고 있는 사람 중 아이일까요, 한때 아이였던 나였을까요. 두 아이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해가 떠 있는 내내 함께 걸었어요. 부서지던 봄햇살이 낮의 경계에서 녹아 붉은빛이 흘러내릴 때까지...


노을이 지자 아이는 휴대 유모차에서 노곤하게 잠이 들었고, 부모는 각자의 유년을 불러 한동안 쳐다봅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꿈속에서 만나, 저녁이 되기까지 함께 놉니다.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은, 각자의 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 아이와 헤어지고, 그렇게 아이는 튤립 정원의 꽃내음을 맡고 다시 일어납니다. 여태 그래왔듯 함께 저녁을 먹고 간식도 사 먹습니다. 원래 같으면 잠에 들어야 할 만큼 하늘이 어둡습니다. 이제 집에 가야 하는 걸까요.


그때 어디선가 행군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나팔 소리에 맞추어 각 나라의 왕자들과 공주들이 화려한 전차를 타고 우리 가족에게 손을 흔듭니다. 인형탈을 쓴 동물친구들도 산속에서 내려와 춤을 추고, 모든 친구들이 광장에 모이면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나도 어릴 때 전차들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었다면... 아이 아빠에게는 불꽃이 너무 예뻐서 울었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그날의 불꽃은 내가 어릴 때 바라볼 수 없었던 몫까지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요.


불꽃놀이가 끝나고 연기만 남은 하늘. 우리 가족은 잠든 아이를 업고 원래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그림자 덩어리에는 세 명의 아이가 서로의 손을 잡고 내일도 즐겁게 놀자는 약속을 희미한 별똥별 아래서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