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

by 지구 사는 까만별




절의 입장권을 끊고 계절의 경계를 넘어 더 깊은 가을로 들어온다. 이천 원으로 더 먼저 깊어진 가을을 산 셈이다.

다른 동네보다 겨울을 서둘러 채비하는 잎들은 저들이 맞는 햇살과 닮았다. 찬란하지만 어느 것 하나 자극적이지 않고 조용히 수북하다. 숙제를 다하고 아까울 것 없이 진 잎들. 손 위에 올려보니 햇살의 여운으로 따스하다.

낙엽 하나가 이리 묵직하고 따스한데, 쉼 없이 익어가는 우리 인생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멈출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러다가 나약한 인간이 대자연의 섭리에 기웃거리는 모양새가 부끄러워 순간 얼굴 붉어진다.


붉어진 얼굴 아래로 하늘이 점점 붉게 타오르고, 산중 햇살처럼 부드러운 풍경에 풍경이 경건하게 울려 퍼진다. 가을을 보러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해를 보고 있었다.

어느 계절 위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다, 곱게 붉어가는 노을처럼 우리 삶도,


겨울처럼 부끄러울 것도 없이 빈 손으로 태어나

봄처럼 꽃을 피우고

여름처럼 청청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다가

마침내 가을처럼 곱게 단풍을 이뤄 더 이상 미련 없이 내려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