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뱃속에 품었던 너와 그날도 미완의 새벽을 걸었단다.
나는 아득한 산고를 비명을 지르며 걸었고
너는 아득한 산도를 묵묵히 걸었어.
목적지는 빛이 가득한 어느 도시의 병원.
네 세상의 시작에서 너는 처음으로 목놓아 울었고
네 초성으로 그날의 새벽이 완성되었단다.
집에 와서도 빨갛게 퉁퉁 불은 너
정말 너는 내 양수 속에서 살다 왔구나
세상에 공평하게 내리는 게 마치 기도를 닮은 바깥햇살 덕분에
너는 탯줄 없이 숨을 쉬게 되었단다
지문을 주먹으로 도르르 잡고 있는 너
양수가 마르며 생긴 수중생물의 증거를 쥐고
너는 대기를 탐구한다
네가 마른 세상을 세상에 새기고 있듯이
나는 탱탱한 너를 내 마음에 새기고 있단다
네가 누워있어 내 수면에 소중함이 생겼고,
네가 기어 다닐 수 있어 내 엎드림에 가치가 생겼고,
네가 앉아있어서 내 의자에 의미가 생겼고,
네가 서있을 수 있어 내 기다림에 소중함이 생겼고,
네가 걸을 수 있어 내 나아감에 이유가 생겼단다.
보통 네가 내 덕에 태어났다고 말하나
나는 너로 인해 다시 태어날 수 있었어
어느덧 네가 어디든 걸을 수 있는 나이
네가 어떤 배를 타고 출항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 나침반이 어디를 향하든,
너는 내 강물 속에서 유영한단다
마치 너를 품어온 내 세월처럼.
내가 만들어 준 지문을 쥐고
어떤 물결 앞에서도 걸어가거라
첫날의 산도에서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