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엄마를 뺏겨
제 손을 마주 잡던 꼬마는
정원사로 자라났다
종이 화원에
꽃들을 기억하는 일
오늘은 엄마라는 꽃과
엄마가 보고 싶던 막내 꽃을
글자로 그려낸다
아지랑이 대신 막내 손을 잡아
크고 작은 두 손이 겹쳐진
모녀 꽃다발을
소롯이 여린
막내의 팔에 정원사가
엄마 허리 대신 안겨준다
봄을 싫어하는 정원사
꽃을 안은
막내의 손을 잡고
종이 위를 걷는다
고랑 파인 엄마 손과
오늘에라도 만날 수 있도록
P.s
(봄에게 엄마를 뺏긴) 막내편 '춘일서정' 시 입니다. 이전에 발행한 엄마편 '춘일서정'을 덧붙입니다. 감사합니다.
ㅡ 춘일서정 (春日抒情) ㅡ
얼어붙은 흙이 초록으로 녹아 흐른다
아지랑이가 피는 날은
엄마가 겨울을 접는 날
새끼들이 먹던 찌짐 냄새 밴
자주색 니트와 갈색 치마를 접고
체크 남방과 몸빼바지를 편다
마지막으로 밀짚모자를 누르고
멀리 밭을 바라보는 엄마 위로
봄볕이 따사롭다
다섯손가락보다 귀한 다섯 아이들
올해도 식물처럼 쑥쑥 크는 손가락들에게
물을 주기위해,
밭으로 나가는 아낙네의 걸음은
봄볕처럼 겸허히 찬란하다
얼어붙은 흙이 초록으로 녹아 흐른다
아지랑이가 피는 날은
엄마가 허리를 접는 날
아지랑이가 밀짚모자를 마중나온 날에
밀짚모자는 새끼손가락 대신
아지랑이의 손을 잡고
오래도록 길을 걷는다
일렁일렁 막내의 눈에
아지랑이만 남게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