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치성

by 지구 사는 까만별




가로등도 없는 장독대가

스스로 빗물을 받아

달을 불러낸다


기도를 올리던 정갈한 손은

한마디 말도 없이

마디마디 흩어져가고


식혜를 만들어내던

빈 밥솥은 단내마저 비어 간다


오늘은 빈집 세간들이

조왕신을 따라

기도를 드리는 보름달


조왕신은

달을 노리는 회색빛 구름을 몰아내고선

빗물만 겨우남은 장독대 옆에서

주인 할머니 돌아오길 합장한다









PS 따스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고 계시죠. 가족과 이웃의 온기를 나누는 추석연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