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을 바른 유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유리와 거울
by 지구 사는 까만별 Aug 31. 2023
1.
나무는 흠뻑 들이킨 가을장마의
물비린내를 연신 뱉어낸다
한껏 짙어진 이파리들이
무성한 헤드라이트들을 반사하다 사라지는 오늘.
가지들을 부러뜨리는 세찬 물방울에
나무는 곧 눈가를 붉힐 것이다.
그러나 이파리를 떨구는 연유에
회한은 없으리라 다짐한다
2.
먼지 씻겨져 한 발 짝 가을로 다가선 나무
유리 하나를 건너 내가 있다
이른 이파리를 떨어뜨리는 나무를
동정하며 유리창 아래서 글을 쓰다
돌연, 창에 이슬이 낀다
나무가 있던 곳이
점점 사람의 형상을 반사한다
나무와 시인의 그림자가 겹치자,
거대해진 이슬이
툭
화단을 향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