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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Feb 08. 2024

잿물 대신 연기를 입혀

설날을 맞이하여




정월 초하루

세월이 더덕더덕 붙은 벽지에

빳빳한 새 종이의 낯선 달력이 걸린다


어르신이 반나절 걸어

은행에서 받은 음력들


큰 글자보다

키 작은 절기와 음력에

어르신의 동그라미가 가득하다


오늘은 큰 글자에도 빨갛게 칠해진

겨울의 새날


차례상이 그득해지고도

인사하고자 해처럼 밀려오는

일가친척들을 중천이 되어서도 기다린다


정 붙은 사람만 모였는데 향 너머는 고요하다


외풍에 펄럭이는 장지 같은 달력 맞은편으로

까만 두루마기들이 펄럭이다


얼큰해져 붉은 마음

일출을 품은 고향을 등지고

두루마기한해 익어서 돌아선다


새 달력에도 향이 입혀

거친 손의 어르신에게 길들여진다.








P.s  한국의 설날, 구정을 맞았습니다.

새해  많이 받으시고, 가족과 까치와 함께 훈훈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쇠고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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