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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Jan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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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도서관
』
활자들이 홍수로 범람하다
마침내 심해로 내려앉았다
손때 묻어 얼룩진
손 타버린 종이책들
저변의 고요한 장서가
보리짝처럼 기운이 없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시들한 중고서적들이
불멸의 불빛에 의지하여
누군가의 손을 기대하며
눈과
바람과
더위를 서로 기대어 지나간다
빼곡빼곡한 사람들 속에
삐뚤삐뚤한 높이의 책들
삐뚤한 높이의 한 권은
조용히 눈을 감고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편히 잠에 든다
2. 『
낮잠 자는 도서관
』
누군가의 잠 못이루던 밤이
아침이 되었다
어제의 지문을 묻히고
다시 정렬되어 잠에 들 시간이다
기록은 망각되었을 때 사망을 선고받는다
그렇기에 표지가 낡아 갈수록
노장의 명예에 날이 갈수록
깊은 손때가 남는다
그러므로 서적은
언제 누구에 의해 태어난 것과 상관없이
시간을 들여 펼쳐 줄
어느 시민을 기다린다
자신을 표지로만 판단하지 않은
한 사람과
달빛 아래 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꿈에 의해 태어나서
누군가의 손에 닿을 때까지
서로에게 기대어 기나긴 낮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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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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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구 사는 까만별'입니다. 검어서 보이지 않은 까만별이 조금씩 빛나고자 감성일기를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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