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 사는 까만별 Jan 01. 2022

19시 30분, 낭만역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따금 나는 행복도 만져지는 무엇인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눈물처럼 반짝이는 감정을 만지고 난 이후에는. 그날의 기억이 추억이 되어 몽글몽글 다음 문단에 피어난다.


1.


가족과 함께 걷는 길 위의 돌멩이조차, 신발에 오돌토돌 닿아 현처럼 생생하게 튕구어진다. 여운의 진동으로 이루어진 우리 세 가족의 느리고 긴 음악이다. 우리의 음악 위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빛바랜 건축물과, 출렁거리는 빛과, 군데군데 상처를 당당히 드러낸 강가의 다리가 만나 하나의 물빛으로 섞인다. 저 강에는 빛나는 것과 상처가 함께 물로 빛난다. 그렇기에 생각한다. 어쩌면 상처 안은 다리의 온전한 모습조차 누군가에겐 휘영청 눈부신 야경만큼이나 때로는 근사해 보이진 않을까? 인생의 생채기들이 세월 속에 무뎌지고 조금은 다듬어진 채로 지금 함께 노래하는 한 인간 가족처럼...


고고히 흐르는 저 어스름 불빛과 물빛 위에 스스로 그런 위안을 뿌려본다.




2.


노래하던 가족에게 어느 날 보슬비가 천천히 걸어온다. 낯선 거리에서 슬비를 맞이한 가족은 설령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그저 즐거울 것만 같겠다는 생각을 했다. 뜰채로 건져 올리면 행복이 소복이 떠오를 것 같다.

비릿한 향기를 내뿜던 보슬비가 그치고 어느새 천지는 분홍빛으로 그득하다. 고즈넉한 풍광과 해 질 녘의 노을을 아까울 것 없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바라본다.

빛이 가득한 하늘을 눈과 마음에 오래도록 담는다. 곱게 물든 저녁노을을 가르며 애써 뒤돌아 선 내 뒤를 낭만이 든든하게 호위해주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