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쓰는편지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언젠가부터 자주 듣게 된 질문이다. 처음엔 낯설었고 그걸 왜 궁금해하는지 의아했지만 지금은 성향 파악을 위해 참고하기 좋은 지표라 여긴다. 나와 달리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투자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현재의 경제학과 재무이론은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고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 늘 궁금했다. 왜 같은 상황에서 달리 행동하는지. 기관, 외국인 그리고 개인 투자자의 특성이 같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의 투자성향은 왜 그리 많이 다른지.
그리고 나는 어떤 투자자인지?
이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있을지 확신이 없었고 사람의 심리는 너무도 다양하며 또한 섬세하기 때문에 에 정답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과거 CFA 수험준비하며 체계적으로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 커리큘럼북과 인터넷을 참고하여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보고 보다 나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보려는 목적에서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행동재무학자들은 전통적 투자에서 설명이 불가능했던 투자자와 시장의 행동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전통 재무학의 이론적 접근과는 달리 실제의 행위에 집중하였다. 전통 재무학에서는 투자자가 "이성적"이라 여겼지만 행동 재무학에서는 "정상(Normal)" 상태를 기반으로 현상을 분석하였다. 이들의 행동 및 투자결과는 전통 재무학의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이고 최적화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행동학적 편향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 잘못된 추론에 기반한 인지적 오류, 두 번째 느낌 혹은 감정에 영향을 받는 감정적 편향이다. 인지적 오류는 감적적 편향보다 쉽게 고칠 수 있다. 인지적 오류는 자기 행동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설득 가능하면 투자자가 수용하거나 일부 수정 가능하지만 감정적 편향은 충동과 직관에 기반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행동을 쉽게 수정하기 어렵다.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s)
잘못된 추론과 분석을 초래하는 통계, 정보 처리 혹은 기억 오류이다. 투자자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원하지만 인지 오류로 인해 실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확률을 올바르게 업데이트하지 못하거나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혹은 적합한 정보 수집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다면 인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정보를 수집, 기록 및 분석하고 의사결정의 근거와 기준 등을 문서화하여 예상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를 비교하는 행위는 오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감정적 편향(Emotional Biases)
충동, 직관, 감정에서 비롯되며 개인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초래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감정적 반응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투자 의사결정 과정과 포트폴리오 이론에 대한 교육은 의사결정을 감정적 편향에서 인지적 오류로 옮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편견의 기반이 감정적일 경우 이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으며 대안을 고려하기보다는 방어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타입 분류
다양한 분류법이 있지만 Pompian(2008)이 4가지 타입으로 분류한 방법이 있다. 두드러진 특징은 수동적인 투자자 그리고 적극적인 투자자처럼 양극단에 있는 집단은 감정적 편향을 보이고 그 중간에 위치한 투자자들은 인지적 편향 혹은 오류를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왼쪽에 있는 수동적 보존자(Passive Preserver)는 낮은 위험 감내도를 가지고 있다. 투자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돈을 잃는 것에 굉장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한 투자 스트레스와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잘 견디지 못한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적극적 축척자(Active Accumulator)는 높은 위험 감내도를 가지고 있고 굉장히 감정적이다. 통상 굉장한 과신과 통제편향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가능한 수준보다 더 큰 투자결과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들 가운데는 유순한 추종자(Freindly Follower)와 독립적 개인주의자(Independent Individualist)가 있으며 주로 인지적 편향을 가지고 있으나 필요한 정보과 적절한 교육이 제공될 경우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인지적 그리고 감정적 편향에 대해서는 각각 다르게 조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적 편향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표준편차, 샤프비율과 같은 정량적 세부사항보다는 스스로의 투자가 은퇴 또는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정량적 설명은 인지적 편향을 나타내는 투자자에게 효과적이다.
분류의 한계점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이 일관적이지 않은 점이 실질적인 문제점이다. 보통은 일관되게 행동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비합리적 행동은 무작위적인 시간에 발생하는데 보통 금융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있거나 개인의 스트레스 상황에 나타나곤 한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항상 예측 가능한 것도 아니고 의사결정의 신뢰도가 늘 높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분류에 따른 한계점이 있음을 이해해야 하며 그것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는 인지적 오류와 감적적 편향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할 수 있다.
여러 투자자 유형의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행동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인간은 너무 복잡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 동일한 투자자로 분류되더라도 각기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
시점에 따라 예측할 수 없이 행동할 수 있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 Reading 7. Behavioral Finance and Invesetment Process
하나하나 글을 완성해 보며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나의 투자 특성이 드러났다. 나에게는 없을 것 같았던 편향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툭하고 튀어나올 때면 이미 상처가 있는 곳을 누군가 한 대 더 때리는 느낌이 들곤 했다. 간혹 이미 인지하고 있던 사실을 직면하기 두려워 애써 감추고 있다가 들킨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가지지 못한 상반된 특성을 볼 때면 나에게 그런 점이 없음을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예전에 심리상담사 분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MBTI의 각 특성에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간의 영역이 가장 좋은 것이냐는 나의 질문에 그건 성격분화가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오히려 건강한 특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사람의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환경에 따라서 적절하게 분화하는 것이 정상이며 그 어느 특성도 다른 것보다 우월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었다.
열심히 분석하고 또 공부하며 나에게 잘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고 막막할 때면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자본시장은 유기체와 같으며 심지어 감정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고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고 알기 어렵다고 생각을 하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가끔은 투자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글을 마무리해보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천천히 그리고 깊이 되새기고 내용을 음미해 보며 써보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다른 이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커버 이미지 출처 : medium.com/@StartToThink/7-cognitive-biases-you-should-be-aware-off-3494c7ef0e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