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편향
얼마에 팔아야 하나?
대학졸업 후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회사를 당장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첫 발령지가 송도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송도는 상전벽해를 이뤄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들어본 도시지만 20년 전의 송도는 땅끝 오지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사무실이라고 도착해 보니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서해 도서지역을 바라보는 건물만큼 커다란 통신용 안테나가 서 있었다.
그곳까지 거리는 편도 40km가 넘었고 대중교통으로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1년 늦게 취업했다 셈 치고 사회초년생의 연봉 중 상당수 써가며 차를 구입했다. 인생 첫 차라 이것저것 고민해 가며 구입하고 싶었지만 당장 필요한 상황이어서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차를 샀다. 초봄인 4월 구매해서 애지중지 타고 다녔는데 가을인 11월경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가능한 근무지로 발령이 났다. 고작 7개월에 주행거리는 10,000km였고 더 이상 차는 필요하지 않았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부모님의 지인분께서 결혼한 따님이 손자와 오래된 중고차를 타고 다니는 게 너무 안쓰러워 선물로 구입하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오셨다. 중고차 회사에 문의해 보니 상태를 보고 가격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진단결과 최상급이나 연말시점이라 연식변경이 있을 예정이고 첫해에 감가상각이 가장 심해서 구입가 대비 70% 수준으로 매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작 몇 개월 타고 차량가의 30%가 사라졌다. 중고차 매입 후 점검하고 수리할 비용 및 이윤을 고려해 판매가가 정해지기에 흥정을 한다면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었고 타업체 비교해 보면 괜찮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었으나 그냥 최초 제시한 가격으로 지인분께 기분 좋게 넘겼다. 따님께 선물하고 싶다는 아버님의 마음에 내 마음도 보태드리고 싶다는 감정 때문이었다.
소유 편향은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권리를 가지고 있을 때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감정(Emotional) 편향이다. 소유 편향은 동일한 재화에 대해 구매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과 판매하려는 가격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표준 경제이론(Standard Economic Theroy)과 일치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본인이 소유한 물건을 판매 시 동일한 수준의 상품에 대해 지불하려는 최대 금액보다 더 높은 판매 가격을 제시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사실상 소유권은 자산에 부가 가치를 부여한다. 소유 편향은 장기간 소유한 품목 혹은 소유한 직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상속받았거나 스스로 매입한 주식에 소유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는 자신이 이미 보유한 주식을 비합리적으로 보유할 수 있으며, 이는 상속받은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예를 들어, 상속인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음에도 정서적 애착으로 인해 상속받은 자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은 향후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도하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인 애착으로 인해 상속받은 지방채 포트폴리오(municipal bond portfolio)를 보유할 수 있으며, 이때보다 공격적인 자산을 혼합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소유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특정 자산을 매각하지 못하고 다른 자산으로 대체.
부적절한 자산 배분을 유지하여 투자자의 위험 허용 수준과 재무목표 달성에 부적절한 포지션 유지.
익숙한 유형의 자산을 계속 보유하면서 자신이 이미 소유한 투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경험이 부족한 자산을 구매하는 것을 꺼림. 친숙함은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높다고 믿게 함.
상속받은 자산은 종종 소유 편향의 원인이 된다. 이때 투자자는 "상속받은 투자 가치에 상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그 현금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아야 한다. 종종 대답은 물려받은 것과는 매우 다른 것일 수 있다. 또한 유산을 남긴 고인의 의도를 알아보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 "내재가치 분석을 통해 적합한 투자라고 판단되어 특정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려는 일차적인 의도였는지, 아니면 상속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투자 자금을 남겨두기 위한 것이었는지?" 후자를 지지하는 상속인은 다른 자산 배분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 목표의 달성이 어려워지면 정서적 애착을 조절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받아들여질 수도 없고 적응할 수도 없다. 투자자는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 관한 몇 가지 좋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정서적 애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제를 숙지해야 한다. 보유한 주식에 대한 감정적인 친숙감과 그보다 더 좋은 금융상품 선택에 있어서 상충된 감정이 있을 때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품의 과거 실적과 위험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숙고를 해보는 것이다. 친숙한 자산을 모두 교체하는 대신 익숙하지 않은 자산을 소액으로 구매하여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점진적으로 진행해 본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관심 있는 기업이 있을 경우 한 주라도 주식을 사보라고 권한다. 그래야 관심이 생기며 관련 기사와 자료들도 찾아보게 된다. 또한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하여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우를 범하지 않을 확률도 올라간다. 다만 감정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은 거기 까지다. 소유했기 때문에 애착을 갖고 아무런 분석과 예측 없이 소위 몰빵을 한다거나 가격이 떨어지는데 저가매수의 기회라 여기고 지속 투자한다던가 하는 감정적 대응은 결과가 너무나 명백하다.
수년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장 핫한 기업과 기업인을 꼽으라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일 듯하다. 분명 미래에는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를 활용한 이동수단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하지만 나에게 테슬라는 소위 와닿지 않는 주식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와 2차 전지 관련주에 투자할지언정 가장 핫한 주식인 테슬라는 단 한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나치게 고평가 된 기업가치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때 테슬라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 이긴 하지만 내면으로는 그리고 더 본질적인 이유는 감정적인 것들이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는 나보다 더 감정적이다. 그래서 단 한주도 살 수가 없다. 나도 그도 이성적 판단과는 거리가 멀어질 듯하여.
한 주도 사지 못하는 주식과는 반대로 너무 익숙해서 관심이 가는 주식이 있다. 바로 리츠다. 토지와 건물이라는 담보가 있으며 핵심 임차인이 지속 유지된다면 최소한 원금은 보장된다 생각한 분야. 그러나 그런 예측과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나니 투자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고 투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고민 끝에 이른 다짐과 결론은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그리고 시점에 따라 늘 판단은 달랐었다. 지금 시점에 해야 할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은 '의도적인 길 잃기'가 아닌가 싶다. 내가 속해있는 곳에서 벗어나 잘 몰랐던 새로운 곳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보는 것. 인생이 바뀌는 기회는 친한 사람 혹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과의 인연에서 시작되는 것과 같이 지금 내가 가진 것과의 의도적인 멀어짐을 통해 달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자. 누구도 결과는 알 수 없을 테니.
커버 이미지 : academic-accelerator.com/encyclopedia/emotion-class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