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유지편향
연평균 수익률 2.34%?
사회 초년 시절 연금저축계좌 개설 시 회사에서 일부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생겼다. 한 달에 5만 원은 회사에서 지급해 주고 연말정산 혜택을 위해 추가 금액을 불입할 수 있는 형태였다. 여러 곳의 금융사들은 각자 자신들의 상품의 우수성을 뽐내면서 시간의 힘을 믿고 투자한다면 그 끝은 달콤할 거라는 판에 박힌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상품별 차별성이 크지 않기에 당시 잘 나가던 증권사를 고르고 그들이 제시한 상품들을 둘러보았다. 주식과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으며 젊은 연령층에겐 주식비중이 높고 중년층에겐 채권비중이 높은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나름 호기롭게 '2030'이 붙어 있던 공격적 상품을 선택하였다.
Samuelson과 Zeckhauser(1988)가 설명한 현상유지 편향은 사람들이 변화를 만드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즉, 현상 유지하는) 감정(Emotional) 편향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변화보다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에 변화로 인한 이득이 있는 상황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결정해야 할 명확한 문제가 없다면 현상이 유지된다. 더욱이, 기본 옵션이 주어지면 다른 선택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의 형태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연금제도 기본값이 DC형으로 되어있는 경우 DC형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DC형이 유지된다.
현상유지 편향은 기존 위치를 유지하는 편견의 결과가 유사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소유 편향(endowment bias) 및 후회회피 편향(regret-aversion bias)과 함께 논의된다. 그러나 각기 원인은 다르다. 현상유지 편향에서는 의식적인 선택보다는 관성에 의한 유지가 주된 이유이다. 소유와 후회회피 편향을 보일 때에는 의식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나 옳지 않은 선택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있다. 소유 편향은 소유자에게 의미 있는 무형의 가치를 더하여 실제 가치를 넘어서는 가치를 부여한다. 소유 편향은 변화하지 않는 것 혹은 현상 유지를 선호하게 만든다. 후회 회피와 관련하여,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투자자는 가격이 오른 주식을 매도했을 때의 후회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할 수 있다. 현상유지, 소유 그리고 후회 회피 편향이 결합되면 개인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강력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현상유지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자신의 상황에 부적합한 위험 특성을 지닌 포트폴리오를 무의식적으로 유지.
다른 투자 기회를 탐색하는 데 실패.
현상유지 편향은 유난히 강하고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교육은 필수적이다. 투자자는 적절한 자산배분을 통한 분산투자로 위험을 감소시키고 수익을 향상할 수 있는 지를 정량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중화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경우 주식가격이 떨어질 때 전체적인 자산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면 다각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등락이 있긴 했지만 한국의 주식시장은 거의 10년이 넘도록 횡보를 했고 수익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였는지 증권사에서 상품을 갈아타볼 것을 권유하는 전화가 오기도 했었다. 그 전화의 목적이 내 수익률을 걱정해서였는지 아니면 신규상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실적 목표 때문이었는지 의문이 들었고 무엇보다 시간의 힘을 믿으라는 당신들의 말은 대체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냥 없는 돈이라 여기고 기억에서 지우자. 게다가 연금상품인데 어차피 지금 인출할 수 도 없으니 퇴직시점에는 어느 정도 수익이 나겠지'라며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 간혹 계좌를 확인할 때는 30%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여 유지하기를 잘했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는데 그건 '시간의 힘'이었다.
총 투자기간 6,122일(약 17년)의 연평균 수익률은 2.34%로 정말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었고 결정적으로 1.54%라는 높은 운용수수료는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수수료가 0%였다면 수익률 3.88%로 처참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을 테니.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펀드 외에는 간접투자상품이 많지 않았고 당시엔 상대적으로 괜찮은 상품들을 골라 직원들에게 제안했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기대이하 수익률의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다. 최초 설정 이후 수수료가 획기적으로 낮아진 ETF, 시간이 흐름에 따라 투자자산의 비중을 자동적으로 변경하는 TDF 등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와 금융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공적인 투자의 기본이 되는 것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에 해야지라고 미룰수록 더 심하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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