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통제편향
닥치고 계산이나 해!
Shut up and Calculate!
양자역학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두고 물리학자 데이비드 머민(David Mermin)이 한 말로 과학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이론이나 모형을 만들어 객관적으로 증명하거나 그 현상을 잘 설명하면 된다는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투자의 세계에서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과거 자격증 공부를 위한 수업시간에 강사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였다. 본인이 겪었던 일이었는지 아니면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업계에서 상당히 성공적인 투자회사라고 해서 성공의 노하우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꽤나 기대하며 방문했는데 그들의 일과를 보니 낡고 오래된 모니터 앞에서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자기통제 편향은 자기 훈련(Self-Discipline) 부족으로 장기적이고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감정(Emotional) 편향이다. 단기적 만족과 일부 장기 목표 달성 간에는 본질적인 갈등이 있다. 돈은 자제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분야이지만 체중 감량, 흡연, 공부 등도 마찬가지이다. 과체중인 사람에게 장기적인 체중감량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의사가 말을 해도 음식을 줄이는데 실패할 수 있다. 식사에 대한 단기적인 만족은 건강이라는 장기적인 목표와 충돌한다. 마찬가지로 흡연을 예로 들 수 있다. 합리적으로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모두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은퇴를 위해 저축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자제력이 부족하여 현재 소비를 줄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제력이 부족한 것은 과도한 가치폄하효과(Hyperbolic Discounting)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미래의 더 큰 보상보다 현재의 작은 보상을 선호하는 인간의 경향이다. 현재를 희생은 미래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무시하는 근시안적 태도를 가진 사람은 내일을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오늘을 소비한다. 이러한 행동은 높은 단기 효용과 재앙적인 장기 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통제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충분한 저축을 하지 못하고 금액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 더 높은 수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됨.
불균형한 자산배분으로 위험 허용 수준을 벗어난 상태에 이르게 됨.
자기통제 편향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균형 잡힌 자산배분을 유지해야 한다. 저축 계획과 적절한 자산 배분 전략을 고수하며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오늘 소비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인 재정목표 달성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적절한 투자 계획이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계획 없이 투자하는 것은 청사진 없이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장기적인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사항이다. 전략은 정기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서면으로 작성하여야 한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자기통제란 것이 엄청 거창한 것 같지만 눈앞에 놓인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끊임없이 꾸준하게 해내는 단순함의 미학이다. 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커리어 때문에 정말 될 대로 되라지라며 피아노나 열심히 쳐보겠다고 1년 수강코스를 끊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곳,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약 2년 남짓한 발령기간 동안 피아노와 평생의 숙제처럼 여겨졌던 영어를 정말 끝장 내보리라 다짐했다. 20대 때의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비롯, 직장 생활하며 비싼 학원비를 내가며 1년간 총 115번의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녀도 보았지만 소통을 위한 영어 정도는 가능했지만 설득을 위한, 나아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영어 실력은 요원했다.
루틴은 이랬다. 오전 6시 40분부터 회사에 도착하는 약 한 시간 동안 EBS 영어 프로그램 듣기와 출근 후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유추하지 않고 무조건 뜻을 찾아보고 정독하기. 가끔 재밌기도 했지만 정말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약 1년이 지난 즈음에도 뉴욕타임스 읽기는 정말 어려웠는데 그 외의 영어는 예전보다 더 정확하고 명확하게 읽히고 들리기 시작했다. 1년이라는 같은 기간으로 학원 다닐 때와 달리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다고 자만하지 않고 1년을 더 그렇게 보냈어야 했는데 펼치지도 않고 쌓아 놓았던 신문의 높이만큼 내 실력은 더 향상되지 않았던 것 같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위시한 현대 물리학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달성하는 것과 자본시장에서 성공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과학에서의 성공은 자연의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발견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자본시장에서의 성공은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것일 텐데 두 분야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심리"인 듯하다. 과학에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수학, 물리, 화학과 같은 어려운 학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어 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정확히 측정할 수 도 없는 사람들의 심리가 투영된 자본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성과를 내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일견 해보았다. 완결 무결함의 극치일듯한 과학에서도 양자역학 분야에 있어서는 입자와 파동의 동시성이라는 난감함에 세계 유수의 천재들도 갑론을박한 것을 보면 또 한편으론 어느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결론은 스스로 성공에 이르는 방법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면 닥치고 계산하며 한 발씩 전진한 물리학자들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본적 루틴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에 이르기 위한 가장 멀리해야 할 것은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다는 안일함이다. 이를 빨리 깨달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커버 이미지 : academic-accelerator.com/encyclopedia/emotion-class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