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평화공원을 향하며...
아침 겸 점심을 잔뜩 먹었어.
일본에 온 후로 그동안 게을리했던 걷기를 많이 한 탓인지 식사량이 는거 같아.
오늘 아침은 몸이 기억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틀간 움직임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던 건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좀 힘들었어.
정확히 표현하자면 학교 가기 싫은 중학생처럼 계속 꾸물거렸어.
아마도 저녁에 먹어야 하는 신경안정제를 챙기지 못해서 약을 먹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워낙 이전에 호텔 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호텔의 까슬한 침구이 느낌이 좋다고 하는데
난 그렇지 못하더라고. 이틀간 피곤했음에도 많이 뒤척이고 편안한 잠을 자지 못했네.
어제와 오늘 당신에게 듣게 된 큰아들의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내용이 내게 너무 행복했어.
정말 그 어느 때 보다도.
나의 아들이 행복하다는 것이 나에게도 이런 큰 힘이 될 줄은 ,
기쁨이 될 줄은 생각해보지 못했어.
아이들의 행복은 나의 행복일 거야. 영원히.
점심을 먹고 나오니 바로 옆에 일본 다이소가 있어서 소화도 시킬겸 구경하러 들렀다가
샤프 한 자루와 메모지를 하나 샀어.
그리고 가장 약한 도수의 돋보기안경도. 가
장 약하다고는 하지만 가까운 글자가 너무 잘 보여서
아... 하고 탄식도 하고 좀 서글프 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이제 내가 이런 나이가 된 게 사실이구나.
이번 여행길에는 다른 때와는 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어.
오롯이 많은 시간을 우리 가족을 위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갖고 있어.
지난 몇 년간 우라 가족에게 있었던 많은 일들과 앞으로 있게 될 또 많은 일들에 대해서.
여기에 앉아서 지난 몇 년을 회상해 봤어.
늘 그렇듯이 매일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에 대한 과정을 준비하고, 결과를 만들고, 받아들여 책임지고.
이런 순간과 선택을 반복하는시간이었어.
대부분. 순리대로 살아야지.
다 그렇게 사는거지. 더 나이 먹으면 하고 싶어도 못해. 50이 적은 나이가 아닌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없이 많은 반복과 선택, 책임이 아닌 이 곳에서의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흐르고 있어. 몇 년 전 부터 같이 얘기했던 시골에서의 조용한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왔고,
아이들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선택하는, 해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어.
물론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책임도
고려해야 하며, 자금에 대한 문제...
그래서 선택의 순간이 올 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만들어야 할 때 망설여졌어.
나의 선택이, 나의 결정이 두렵고 무서웠어.
나의 가족이 그 결정의 결과로 힘들어진다면, 지금보다 못하면 어쩌지.
아들과 약속했듯이 1년에 한두 번은 적은 비용으로 여행도
다니고 아들이 하고 싶다는 거, 배우고 싶다는 거 아비로서
가장으로서 이런저런 핑계로 못해주면 어떡하지.
꺼내놓고 결정하고 싶은 마음과 결심을 되돌리기를 수없이
반복했어. 겁이 나서.
그런데 이곳에서 난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표정을 보게 되었어.
내가 행복함에 취해서 웃고 있는
표정을, 그리고 여유로운 나의 마음을. 낯설었어.
아주 많이. 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 표정이.
나도 모를 눈물이 흐르기도 했어.
행복한 그 마음 때문에. 난 정말 행복했어.
유난히 더 열심히 살아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도 많은데 그 행복은 이상하게 내게는 멀리 있었던 거 같아.
쫓으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멈추고.
이번에는 좀 달랐어. 나와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아이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걷고 또 걸으면서...
그렇게 하고 나니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이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들,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
이 아이디어로 또는 미래의 그림으로 그려지고 떠올랐어.
오랜만에 차오르는 자신감에 나는 또 행복했어.
그리고 그것이 내 가 원하는 삶이었어.
지금의 상황과 경제적인 문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했을 때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그냥 그건 모두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떨까.
나의 내일이.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가족이 내일이.
나의 내일이 우리 가족의 내일과 다를까.
나도 정답은 모르겠어. 항상 그래왔듯 나의 결정을 믿는 수밖에.
당신이 나의 결정을 응원하기를 바랄 수밖에.
나의 미래에 당신이, 우리 아들이,
함께만 한다면 난 꼭 많은 것을 이뤄낼 거야. 그리고 행복할 거야.
나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이 글은 이란성 쌍둥이 아이(장애인)를 키우며 살아가는 기록의 일부입니다.
연재중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If Only I We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