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부암동 봄 마실
어디로 가든 되돌아 나와야 하니 어디로 가도 괜찮습니다. 왼쪽 길로 가면 녹음 가득한 산책길을 거닐게 될 것이고, 별서의 ‘돌기와 지붕을 얹은 긴 콩떡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골목 끝 자하미술관에서 동네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이미 봄의 잔치가 한창입니다. 그럼 그렇지, 별서 앞으로 인왕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깊은 도랑이 있습니다. 이것이 왜 이제야 보였을까요. 난간에 걸터앉은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려는 순간, 아이들이 큰소리로 외칩니다.
“엄마! 엄마! 여기 개구리 있어!”
내려다보니 정말로 시커먼 산개구리들이 물이 살살 흐르는 도랑 바닥에 자글자글 모여 농을 치고, 며칠 전 떨어졌을 산벚나무 꽃잎들도 봄바람에 이리저리 쓸리다가 흩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