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은 제 할 일을 한다

<조용히 걷는 생각들> (8)

by 이호준

이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짐을 정리하며 그 말을 실감했다. 하루 종일 물건을 옮기고,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고르다 보니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쳤다. 대형 원목 탁자와 책 더미, 그동안 전시에 사용했던 사진 액자들. 일하시는 분들이 저 무거운 것들을 어떻게 들고 나를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쓸모없는 물건들도 한참을 정리했다. 신기하게도 버릴 땐 망설여지지만 막상 버리고 나면 그 존재는 곧 잊힌다.


더 큰 스트레스는 부동산 거래였다. 이사 갈 집주인이 고령이시라 모든 서류를 내가 직접 챙기고 확인해야 했다. 이번 거래는 세 집이 맞물린 상황이라 일정 조율도 만만치 않았다. 그걸 내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했다. 게다가 등기 문제까지 겹치며 머릿속은 온통 챙겨야 할 서류와 일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잔금과 등기서류 접수까지 마치며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돌이켜보면 괜한 걱정을 한 셈이다. 이번 이사를 겪으며 다시 한번 느낀 건 결국 많은 것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사실이다. 걱정을 하든 안 하든, 마감일이 오면 웬만한 일은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사실 이번 이사는 짐만 빼는 ‘1차 이사’였다. 한 달간 집수리를 마치면 다시 한번 진짜 이사를 해야 한다. 실제 입주는 아직 남았지만 마음은 이미 절반쯤 옮겨온 듯하다. 또 한 번의 이동이 남았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번엔 지난 경험 덕분에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일부터는 이사 갈 집수리공사가 시작된다. 아주 오래된 주택이라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 발생하거나 이런저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지난 며칠의 경험을 통해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모든 일은 지나가고 시간은 제 할 일을 한다. 12월 초에는 마침표를 찍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편안한 상태가 되어 있길 바란다.


# 사진: 봉화 축서사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버림의 끝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