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13)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의 팔로우 통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아래위로 거의 내 또래 친구들이 나의 글과 사진에 가장 많이 공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를 보는 순간 왠지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세월의 흐름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기꺼이 따라가는 내 모습을 그 속에서 확인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염색을 하지 않는다. 흰머리를 감추고 젊어 보이려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이 듦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변화는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기에 굳이 지우고 싶지 않다.
정신적으로 젊어지고 싶다는 욕심도 별로 없다. 예전에는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불안했고 뒤처지지 않으려 마음에 조급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오히려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변화도 붙잡거나 거부하지 않고 그 흐름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 직장 다닐 때 충분히 벌지 못한 돈을 이제 와서 만회하려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돈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애써서 현재의 시간을 누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이를 억울해하며 살고 싶지 않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거나 남과 비교하며 몸과 마음을 소모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오늘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나이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와 무게를 다시 정리해 주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 과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나이 듦의 방식이다.
#사진: 서울 부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