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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둔 글이 나를 이끈다

<조용히 걷는 생각들> (15)

by 이호준

가끔은 스치는 생각을 글로 남기곤 한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통찰은 아닐지라도 내게는 의미 있는 흔적이다.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정리하고 다잡으며 때로는 위로하는 과정이 된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향한 약속이다.


글을 쓰며 나를 관리한다. 쓰고 나누는 행위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로 기록된다. 그 기록은 어느 순간 나를 더 신중하게 만들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때때로 지난 글을 다시 읽으며 그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마음이 흔들리던 장면, 주저하던 선택의 순간, 불안과 기대가 뒤섞이던 날들.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붙잡으려 했는지 보인다.


박제된 문장이 나를 세우고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가능한 한 계속 글을 쓰고 가까운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 글들이 내 삶을 이끄는 약속이자 등대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사진: 나주 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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