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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에 머무르는 시선

<조용히 걷는 생각들> (16)

by 이호준

갤러리에 걸린 내 사진을 보기 위해 지인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단체전이라 세 장만 걸었는데 그는 사진을 잠시 응시하더니 ‘발견이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순간 놀랐다. 내가 추구하는 사진 세계를 정확히 짚어낸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사진가가 자신의 의도를 읽어주는 관람객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특별하다. 작품 감상은 관람자의 몫이지만 작가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 순간 그 기쁨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요즘 사진 표현 방식은 강한 후보정과 매체 혼합, 셔터와 조리개의 작위적 조절, 필터와 알고리즘의 개입까지 계속 확장되고 있다. 표현 방식의 옳고 그름을 두고 논쟁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사진의 첫걸음이었던 재현의 가치가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는 현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시장에서 다큐멘터리 성향의 스트레이트 사진을 찾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학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더 이상 씁쓸하지도 않다.


AI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사진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전통적 재현 방식이 서서히 밀려나는 데서 오는 섭섭함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더욱 ‘발견’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싶다. 나의 눈으로 보고 나의 걸음으로 찾아낸 장면들. 그 단순하고 고전적인 방식이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화려한 장면보다 일상의 틈새에서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패턴과 생활의 흔적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 그런 사소한 순간을 알아보는 일이 곧 나에게는 ‘발견’이기 때문이다.


# 사진: 나주 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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