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24)
대구 친척집 상가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청도에 잠깐 들렀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마음속으로만 간다 간다 하다가 막상 시간을 내지 못했던 곳이다. 인터넷 등에서 소개하는 ‘꼭 가봐야 할 곳’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오래된 동네를 찬찬히 걷고 싶었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청도역 인근의 골목길과 재래시장 쪽으로 향했다.
골목은 예상대로 한적했다. 색 바랜 간판들은 이제 더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었고 짙게 녹슨 셔터는 오랫동안 열린 적 없음을 보여주었다. 여느 지방 소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기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시장 주변만큼은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그 소소한 활기가 이 도시의 일상을 지탱하는 힘처럼 느껴졌다. 낡은 것과 새로이 손본 것이 뒤섞여 있고 도시인 듯 농촌인 듯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분위기가 읍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매끄럽게 정돈된 멋은 없었지만 사람 내음이 밴 흔적들이 선명했다.
지방 도시를 여행할 때면 일부러 그 동네 성당에 들르곤 한다. 성당은 그 지역의 정서가 어린 경우가 많고 지친 발걸음을 달래기에도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청도성당 역시 그러했다. 외관은 소박했고 내부는 별다른 장식 없이 단정했다. 새롭게 부임하는 주임 신부님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의자에 앉아 잠시 묵상하며 숨을 골랐다. 잠깐의 고요가 흐르자 조문으로 시작된 하루의 무게도 조금은 차분해지는 듯했다.
날씨는 꾸물거렸고 계절 탓인지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두 시간 남짓 마을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기차에 올랐을 때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대도시에서 자주 놓치는 결이 이런 곳에는 아직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틈틈이 지역 소도시들을 찾을 생각이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추억이 깃들어 있고 동시에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비워져 가는 풍경이 공존한다.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사라져 가는 장면과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일상을 사진 속에 다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