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25)
나에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도서관 나들이는 어느덧 중장년에 접어든 지금까지 나의 삶과 함께하며 일상의 든든한 축이 되어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 가는 행위 자체가 참 좋았다. 내 방이 없던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우선이었으나 사실 그곳엔 공부 말고도 즐거운 일이 가득했다. 친구들과 소곤소곤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도서관 식당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를 함께하던 시간은 그 시절이 준 큰 기쁨 중 하나였다. 때로는 책상에 엎드려 달콤한 낮잠을 청하기도 했는데, 그때 도서관은 나에게 치열한 공부방인 동시에 편안한 아지트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도서관과의 인연은 끊이지 않았다. 다만 그 목적이 조금 달라졌다. 시험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휴식과 독서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한동안 분주한 사회생활에 치여 발길이 뜸했지만, 정년퇴직 후 마치 연어처럼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요즘 나의 소중한 일과 중 하나는 도서관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색에 잠기거나 여유롭게 쉬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상의 행복이다.
올해부터는 도서관을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설레고 분주해질 듯하다. 3월부터 초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사진과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제 도서관은 나에게 안식처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준비하는 소중한 일터가 되었다. 그래서 집 가까이에 종로도서관과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 수업을 준비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붐비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중학교 시절의 풋풋한 기억에서 시작된 도서관이 어느덧 중장년이 된 지금, 다시금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익숙한 책 냄새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나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다. 이토록 든든한 공간에서 인생의 제2막을 새롭게 열어갈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 사진: 청운문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