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준 Apr 01. 2022

혼행에 대하여

포토 에세이 (4) / SW중심사회 2022.03

외로움을 마다않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혼행, 즉 홀로 하는 여행이 대표적이다. 혼행은 “혼자서 자신만의 리듬과 속도로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 중 약 10%가 혼행을 즐기고 있고,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행은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자유의지를 반영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잃어가는 자신의 본래 모습과 맨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혼행이 확산된 배경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이동통신의 발달과 SNS 보편화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홀로 다니다가 언제든 가족과 연락할 수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여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혼행의 불편함과 두려움이 많이 줄어든 덕분이다. 따라서 혼행하는 개인은 홀로 떨어져 있으나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혼자’인 것이다.


혼행은 타인의 기대보다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행지와 숙소, 식당과 메뉴, 세부 일정 등 여행의 소소한 부분까지 모두 동행자와 협의하고 눈치를 봐야 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혼행이 ‘선택&결정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준 것이다. 미디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추천하는 곳, 남들에게 보이고 자랑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지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곳으로 홀로 떠날 준비를 해보자. 혼행은 타인의 욕망과 견주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관심에 집중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온전히 경험함으로써 나를 발견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여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 안의 울창한 녹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