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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준 May 10. 2022

부평 산곡동 골목길

사진 위주 (6)

오래된 골목길 산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한 페친께서 부평 산곡동을 소개해주었다. 새로운 출사지를 찾았다는 기쁨에 바로 카메라를 챙겨 부평으로 향했다. 7호선 산곡역 4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재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가 나타났다. 앞에 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자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오래된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대략 절반 정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철거를 기다리는 스러져가는 주택가. 천천히 이 골목 저 골목 들락날락하며 세월을 동반한 삶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는 왜 이런 장면들을 좋아할까? 기록을 해야겠다는 의미심장한 계획은 없다. 그냥 이미지로 다가갈 뿐이다. 잊혀져가는, 곧 사라질 풍경이 나의 깊은 곳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다. 바람과 기온, 사람 손때에 풍화된 건물과 생활도구들이 나에겐 미학적 대상이 된다.


의도했든 안 했든 골목길 풍경은 기록으로 쌓이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북아현동, 교남동, 녹번동 골목 풍경이 외장하드에 수북이 쌓여있다. 머지않아 사라질 을지로, 영등포, 종로 소상공인 골목 풍경도 카메라 센서에 기록되고 있다. 언젠가 이들 사진을 꺼내 정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선보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사진의 아우라는 시간에 비롯되는 것임을 새삼 절감한다. 사진의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앞으로도 그 이유를 좇아 오래된 골목을 찾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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