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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준 May 18. 2022

흑백사진

포토 에세이 (8) / SW중심사회 2022.01

흑백사진은 흰색(white)과 검은색(black)만으로 이루어진 이미지가 아니다. 수많은 회색이 공존한다. 디지털 흑백사진 (8bit)은 256 단계 그러데이션(gradation) 형태로 회색이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흑백사진은  곧잘 농담(濃淡) 기법을 쓰는 수묵화에 비유된다. 사진가가 보정 작업으로 회색 영역을 걷어내고 흰색과 검은색을  부각하는 콘트라스트(contrast) 강한 사진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색 영역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즉 계조 (階調)가 풍부한 사진이 좋은 흑백사진으로 평가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흑백사진은 색상을 제거한 무채색 이미지다. 그래서 단순하고 무미건조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컬러사진보다 훨씬 매혹적인 경우가 많다. 흑백사진은 현실세계의  모습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표현 방식이 아니다. 대상의 추상성과 시각적인 표현력을 강화하는 특성이 있다. 어수선한  주변 사물과 잡다한 색에 주의를 뺏기지 않게 함으로써 피사체의 핵심에 바로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피사체의 부족한  틈을 메우고, 은근하게 가림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흑백사진의 표현  방식은 배려의 미학이다. 주변 사물들의 희생을 통해 주목하는 대상의 표현력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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