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0분, 청량리역 출발 안동행 기차를 탔다. 중앙선 KTX 열차가 투입되는 줄 미처 몰랐다. 2시간 남짓 소요, 전국 당일치기 여행을 실감한다. 안동행 기차를 탄 이유는 한 작은 마을을 가보기 위해서다. 안동 옹천리, 얼마 전 안동 사는 페친의 포스팅을 보고 알게 되었다. 어떤 모습의 동네인지 사전 정보는 거의 없다. 진주 강씨 집성촌이고 옹천역이 폐쇄되면서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간다. 사실 가서 별 볼 일 없어도 상관없다. 여행이란 원래 그런 거다.
나는 사라져 가고 스러져가는 생활의 흔적을 좋아한다. 올드시티, 오래된 골목길, 고찰의 손때 묻은 소품 같은 것들 말이다. 예쁘고 화려한 자연과 도시의 모습도 좋지만, 내 사진의 궁극적 지향점은 삶의 흔적이다. 그래서 작은 정보라도 접하면 주말과 휴일에 달려가는 것이다. 얼마 전 페친이 소개해준 부평 산곡동도 그런 경우다. 볼품없는 광경일지 모르지만, 그런 낡은 풍경에 나의 미학적 감성은 꿈틀거린다. 앞으로도 시간만 되면 전국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
안동은 오래전 업무 출장과 작년 낙동강 라이딩 말고는 순수 여행으론 가본 적이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이번엔 좀 더 여유롭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가보고 싶었던 봉정사도 들를 것이다. 농촌길을 길게 걸어볼 것이다. 그렇게 해도 저녁 기차 타면 당일에 충분히 귀경할 수 있다.